[성명]의약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은 외국인이 아니라 보험가입자인 국민이다.

[성명]

의약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은 외국인이 아니라 보험가입자인 국민이다.


지난 3월 10일자 한겨레 신문에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그 내용은 한국 정부가 약값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제약업계의 의견수렴을 위해 2002년부터 운영해온 ‘의약품 워킹그룹(실무회의)’에 미국정부 관리가 고정적으로 참석한 것이다. 그리고 참여만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정부 관리는 그동안 한국 정부의 약값 정책이 미국 제약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간섭을 해왔다는 내용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의하면 발언권이 없는 옵저버 자격이었다고 해명하였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업계관련 회의에 외국 관리가 지속적으로 참석하였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전례가 없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들어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기사를 살펴보면 보험약가제도 개선을 반대했던 다국적제약회사의 로비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압력으로 인해 약제비 정상화를 위한 보험약가제도 개혁이 좌절된 사례가 보도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의약품정책이 다른 나라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허탈하기 짝이없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가장 기본적인 원칙마저 저버리는 정부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약가제도와 관련된 국가기관의 권한이 많이 훼손되는 사태를 접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한미 FTA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FTA 분야중 의약품에서 미국이 상당한 요구를 해올 것이고 미국의 요구데로 타결될시 국내 제너릭 제약회사의 타격은 물론이고 국민의료비 상승이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렇게 어려운데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았을때 우리 정부가 국민의 이해에 기반한 적절한 약제비제도를 수립할지 회의부터 드는 것은 우리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한편 유시민 장관 취임이후 보건복지부는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약을 선택하고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약제비 정상화 방안을 잇달아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 유시민 장관의 발언은 사실 건약을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이 예전부터 주장하였던 사안으로 진작에 실시하여야 했던 제도들이다.

우리나라 의약품 규모는 8조가량되고 이중에 보험약 비중은 6조2천억정도 된다. 특히 최근 고령화에 따른 의약품사용량의 증가와 고가약 사용량의 증가로 인하여 매년 약제비가 10%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재정을 안정화하고 약제비를 적정선에 유지하는 정책은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의약품에 대한 비용-효과분석를 바탕으로 고평가되고 있는 의약품을 적절한 가격으로 재산정하고,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가격을 제너릭의약품가격 수준으로 낮추고, 혁신적 신약의 약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A7국가의 평균가를 주요한 약가산정방식으로 삼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면적인 보험약가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6년 3월 보험약가제도와 의약품시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느때보다도 어둡고 절망적이다. 의약품 산업과 보험약가제도를 희생양삼아 성급히 한미FTA를 체결할려고 하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비판을 해왔지만 이번 한겨례 기사처럼 향후에 유사한 행위가 보여질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목전에 닥친 한미 FTA에서 의약품 제도에 대한 상당한 양보를 한다면 노무현정권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벌려나갈 것이다.


2006년 3월 13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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