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14호] 정로환은 안전합니까?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14호] 정로환은 안전합니까?

 

정로환은 러일전쟁 때 일본이 자국군의 설사병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일종의 지사제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러시아를 정벌’한다는 의미로 ‘정로환(征露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동성제약, 보령제약 등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는 ‘정로환(正露丸)’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이처럼 정로환은 참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약입니다. ‘오래된 약’이라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보통 ‘오래된 약’은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첫째,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용됨으로써 효과나 안전성이 나름 입증된 것이지요. 실제 최근 나온 신약보다도 오래되고 저렴한 약이 효과나 안전 면에서 더 월등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둘째, 이와 정반대로 오히려 오래되었다는 것이 독이 되는 경우이지요. 30, 40년전만 하더라도 의약품의 안전성이나 효과를 입증하는 방식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즉, 효과가 떨어지고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약도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지요. 특히 한국에서 이런 경우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의약품 허가가 이루어진 후 시판 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서는 의약품 재평가라는 것을 합니다. 이것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최신의 의약학적 수준에서 재평가하여 국민들이 안전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식약청은 1995년 정로환을 재평가 하였습니다. 하지만 재평가 기록만 있을 뿐 어떤 자료로 어떻게 재평가를 수행했는지는 식약청에서도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모른다고 합니다.

 

정로환은 목재를 건류하여 얻은 크레오소트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성분 때문에 일본에서도, 그리고 한국 일부에서도 정로환이 과연 안전한 약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로환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도, 식약청도 이에 대한 관심도, 정보도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건약이 묻습니다. 정로환은 안전합니까?

 

정로환에 포함된 크레오소트는 크레졸, 페놀, 구아이콜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페놀계 화합물의 혼합물입니다. 예전에는 살균제, 지사제 등으로 사용되었으나 안전성 문제로 현재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대다수 국가에서는 나무 방부제로 사용하고 있지요.

 

가장 우려가 되는 성분은 크레졸입니다. 크레졸은 미국 환경보건청(EPA)에서 지정한 발암의심물질로서 경구 섭취 시 심각한 위장관 손상과 심지어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크레졸의 최소위해수준(MRL)은 0.1mg/kg/day(65kg 성인기준)로서 정로환 용법대로 복용 시 일반 정로환, 당의정 모두 크레졸 MRL을 7 - 10배 정도 초과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크레오소트에 포함된 페놀은 급성 독성 증세로 불규칙한 호흡, 근육약화와 경련, 경기, 혼수, 호흡 정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페놀과 다른 화합물들을 흡입, 피부 노출시켰을 때 간 효소 수치 상승, 간 비대 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뿐만 아니라 정로환을 무좀 치료제로 잘 못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지요. 1998년 대한의진균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무좀 치료의 대표적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정로환, 식초 등을 사용한 환자들은 피부가 심하게 벗겨지고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으로 인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정로환에 함유된 크레오소트의 강력한 부식작용 때문인데 일본약국방해설서(제 6 개정)에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피부 부식작용 때문에 일본 정로환에는 실수로 정로환이 피부에 묻었을 경우 비누나 뜨거운 물로 잘 씻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정보마저도 국민들에게 제공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2003년 동성제약에서 정로환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하면서 정로환의 안전성 논란을 잠재운 적이 있지요. 하지만 정로환은 식품보조제로서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을 뿐이고, 미국 FDA는 식품보조제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해서는 시판 전에 어떤 허가 절차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동성제약이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한 것은 단지 수출을 위한 등록 절차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약일수록 더욱 안전해야 하고, 그것을 약속할 책임은 식약청과 제약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건약은 ‘정로환이 정말 안전한 약’인지, 식약청과 제약사에게 묻습니다. 제약사는 정로환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식약청은 형식적인 재평가가 아닌 제대로 된 정로환 재평가를 시작하기를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의약품재평가 제도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향후 개선방향을 요구합니다. 최근 수 십 년 동안 사용해 왔던 소염효소제의 효과가 없다는 일본 측 조사 결과에 따라 세라티오펩티다제 제제가 퇴출되었습니다. 식약청의 의약품재평가가 제대로만 실시되었다면 30년 동안 효과도 없는 약을 환자들이 비용을 지불해가며 사용해 왔을 리 없습니다.

식약청은 작년 9월, 허울뿐인 의약품재평가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세부사항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하루 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2011년 03월 27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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