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건강보험 재정은 외면하고, 제약사 이익만 반영한 약가제도 개편 강력히 규탄한다.

* 본 이미지는 AI가 생성한 것입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외면하고, 제약사 이익만 반영한

약가제도 개편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3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심의·의결하였다. 작년 11월 28일 개편안이 처음 보고된 이후 제약업계는 제네릭 약가 인하에 강하게 반발하며 산업 붕괴와 보건안보 위협까지 주장해왔다. 그 결과, 현행 53.55%인 제네릭 약가는 45%로 인하하되,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각각 49%, 47%의 특례가 부여되는 등 각종 예외가 덧붙여졌다. 이는 개편이 아니라 사실상 현상 유지에 가깝다.

 

제네릭 의약품의 존재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미국은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가 처방의 약 90%를 차지하지만 약품비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네릭 사용량이 절반 수준임에도 약품비 비중은 40%를 상회한다. 이는 한국의 제네릭 약가 정책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 개혁 대신, 기업 유형에 따른 약가 우대라는 낡은 방식을 반복했다. 제약사와의 ‘몇 퍼센트 인하’ 줄다리기에 머무는 한, 재정 절감이라는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낮은 가격의 의약품이 실제로 선택되는 구조다. 참조가격제, 총액예산제,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 제네릭 경쟁입찰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가격 인하를 사용량 증가로 보전하는 구조를 방치하는 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약가 정책은 가격과 사용량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대책 역시 한계를 드러낸다.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가격 우대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스스로도 가격을 30배 인상하고도 공급 중단이 발생한 사례를 인정하였다. 이는 가격 인상이 공급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공급 책임을 계약으로 명시하더라도 실제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국가의 공공적 생산·공급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중약가제 확대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의약품 접근성과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약가의 투명성을 훼손한다. 비공개 가격과 이중 구조는 검증과 평가, 감시를 어렵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해한다.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이재명정부의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의 축소는 명백한 정책 후퇴다. 이 제도는 효과가 불분명한 의약품을 걸러내어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평가 대상을 축소하고, 그간 삭제가 필요하다고 지적되어 온 ‘사회적 요구도’라는 비과학적 평가 기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의학적 근거가 아닌 관행과 요구에 기대어 급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효과가 의심되는 약제는 등재 시기와 무관하게 전면 재평가되어야 하며, 재평가 제도는 축소가 아니라 확대·강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과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별개의 목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국민의 건강권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지킬 수 없다.

 

우리는 요구한다. 정부는 의약품 제도의 근본적 개편에 즉각 나서야 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앞으로도 약가제도 개편 전반을 감시하며, 국민의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2026년 3월 31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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