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이 알고 싶다_29화]'세계 매출 1위'로 등극한 약, 왜 한국에서만 유독 비쌀까

출처: 한국 릴리

-  환자 접근성 막는 '비밀약가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전 세계 매출 1위 약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굳건히 지켜온 것은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였다. 2024년 한 해에만 291억 달러(42.6조 원)를 벌어들였고, 올해는 300억 달러(44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이 거대한 성벽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자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등장했다.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는 터제파타이드의 2025년 3분기 매출이 101억 달러(14.8조 원)를 기록해 연간 누적 매출 248억 달러(36.3조 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기간 키트루다의 매출 233억 달러(34.1조 원)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해외 분석기관들은 터제파타이드의 2025년 매출이 최대 359억 달러(52.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자 일라이 릴리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1465.6조 원)를 돌파했다. 헬스케어·제약기업 통틀어 최초의 기록이다. 2위 존슨앤드존슨보다 2배나 높은 금액이기도 했다. 터제파타이드는 2022년 당뇨병치료제로 허가받고, 2024년 '젭바운드'라는 이름의 비만치료제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에서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 사용이 폭증하고 있다. 2025년 약품비 지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오른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부분 GLP-1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급증하는 약제비 때문에 결국 보험료 상승과 다른 의약품의 접근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마운자로 열풍에 내놓은 정부의 황당한 조치

전 세계가 마운자로의 성공에 열광하는 동안 한국은 오랜 기간 조용했다. 미국에서 출시되고 3년이나 지난 작년 8월에서야 겨우 한국에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에 허가가 되었지만 실제 출시까지 2년 2개월이 더 걸렸다. 제약사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인도, 중국 같은 거대 시장에 먼저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출시된 마운자로에 대한 기대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한국에서 2.5mg(한 달 분)이 30만 원 선으로 꽤 비싼 가격임에도 품절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비만 인구는 적지만 외모에 대한 압박이 높은 사회의 특성, 아니 부작용이었다. 하지만 마운자로의 국가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여러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약값도 비싸다고 느낀 사람들이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서다. 2.5mg 제품을 일본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으면 12~15만 원에 구할 수 있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회자되었다. 중국은 최근 당뇨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10mg 제품을 9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심지어 인도에서는 15mg 고용량 제품을 40만 원대에 구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같은 제약사 제품이 나라마다 3배 이상 차이 나면서 '비만약 원정 쇼핑'에 나서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높은 국내 가격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해외 구매를 시도하자 정부는 묘한 대응을 내놓았다. 지난해 11월부터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위해 통보' 품목으로 지정해 그간 자가 치료 목적으로 허용되었던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국내의 높은 가격을 통제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으면서, 환자들이 저렴한 해외 구매를 택하려 하자 그 길을 막은 것이다. 정부의 기이한 조치 때문에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누구를 위한 '비밀'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운자로가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급여등재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마운자로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통상적인 절차라면 3~4개월 내에 급여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바로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유연 계약제(비밀 약가제)'다.

정부는 신약의 표시 가격을 높게 유지하되, 실제 가격은 제약사와 비밀리에 계약하는 비밀가격제를 모든 신약에 적용할 계획이다. 오는 2월 이 제도가 시행되면, 마운자로가 그 첫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비밀'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당뇨병 치료제로 가격을 낮게 협상하면, 비급여 영역인 비만 치료 목적의 약값도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일종의 낙수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밀 약가제가 적용되면, 실제 가격은 낮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표시 가격'은 여전히 비싸게 유지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만 환자나 비급여 처방 환자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깜깜이 협상'이다. 해외 가격과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제약사와 얼마나 합리적으로 가격 협상을 했는지 검증할 방법이 사라진다. 정부의 가격 협상 능력 부재를 '비밀'이라는 장막 뒤에 숨기기 딱 좋은 구조다.

이번 비밀 약가제 도입은 정부가 표방하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보다는, 제약사의 고가 정책을 보장해 주고 관료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마운자로의 급여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투명하지 않은 제도는 언제나 가장 먼저 약자에게 청구서를 내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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