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건약, 약가유연계약제 관련 복지부 시행규칙 개정령안 반대 의견서 제출

- 제약사 사익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와 보험재정 지속가능성 저버리는 정책 반대

- 신약 독점권 견제를 위해 ‘약가 투명성’ 위한 세계적 노력 역행, 제약사 비밀주의 옹호하는 개악안

 

 

 

지난 12월 5일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번 개정은 신약 접근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약가의 불투명성을 극대화하는 ‘약가유연계약제(이중약가제)’를 전면 확대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성과 달성 여부가 불분명한 목적을 위해 건강보험 시스템의 근간인 투명성을 희생시키는 조치로, ’수단의 상당성’이 결여된 명백한 개악안이다. 이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본 개정령안에 단호히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기존 ‘위험분담제’와 중복되는 유사 제도의 신설은 행정 자산의 심각한 낭비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중증질환 치료제 등에 대해 위험분담제(RSA)를 통해 환급형 계약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 제도 내에서도 충분히 비용효과적인 약제 관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성격의 ‘약가유연계약제’를 추가 도입하는 것은 보험자와 제약사 모두에게 불필요한 관리 업무만 가중시킬 뿐이다. 제약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트랙을 골라 빼먹는 전략을 취할 것이며, 보험자는 일관성 없는 관리 기준으로 인해 정책 신뢰도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둘째, 약가 불투명성은 약제비 폭등의 주범이며 국제적 흐름에도 정면으로 역행한다. 국제사회는 제약기업의 요구에 따라 확대된 비밀 약가제가 신약 가격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신약 지출 약품비도 15.8%씩 가파르게 상승했다. 결국 신약 약제비 증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가격 정보의 투명성 확보다. 2019년 제72차 세계보건총회(WHA)는 제약사의 비밀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투명성 결의안’을 채택했고, 전 세계적으로 국가간 실제 거래가인 ‘순 가격(Net Price)’ 공유하는 전략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오히려 ‘비밀 가격 합의’를 전방위로 확대하며 제약사의 독점적 지배력과 정보 비대칭성을 강화해주고 있다.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표시가격이 다시 글로벌 약가를 끌어올려 한국의 약가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커녕,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고착화하고 있다.

 

셋째, 투명성 원칙의 파괴는 국민의 민주적 감시 수단을 무력화하는 처사다. 건강보험료는 국민의 소중한 공적 자산이다. 약가유연계약제가 신약을 넘어 특허만료 오리지널약과 바이오시밀러까지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국민은 자신이 낸 보험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약가가 적정하게 책정되었는지 검증할 방법을 잃게 된다. 실제 가격을 감추는 ‘깜깜이 약가’ 구조 아래에서는 보험자와 제약사 간의 공정한 협상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는 공공기관 운영의 기본 원칙인 투명성을 저버리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다.

 

넷째, 이번 개정안은 환자 접근성 제고뿐만 아니라,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 주장하지만 근거가 부족하다. 국내 개발 신약 중 항암제 및 중증질환 치료제는 이미 위험분담제를 통해 이중약가제 적용을 받고 있으며, 만성질환 약은 유사한 기존 약과 비교하여 약값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격을 부풀려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선진국의 완만한 규제를 무분별하게 모방한다고 해서 혁신 신약이 저절로 태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약제비 통제 실패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파탄 우려만 있을 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얄팍한 제약사의 사익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투명성을 훼손하는 약가유연계약제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약가 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6년 1월 6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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