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국민 세금 2조 원 쏟아부은 ‘혁신형 제약기업’, 혁신도 윤리도 없었다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 현황분석 보고서」 발표

- 13년간 정부 지원에도 비혁신형 기업 대비 뚜렷한 성과 우위 없어

- 리베이트· GMP 위반 등 윤리경영 부재, 제도 허점 드러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21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의 운영현황과 성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5년 이상 혁신형 제약기업 지위를 유지한 26개사를 대상으로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 이행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건약은 이번 보고서에서 국민의 혈세와 건강보험 재정이 투자되는 정책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2조 원 지원에도 수출 경쟁력은 오히려 뒤처져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13년간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에 제공한 직·간접적 재정 지원 규모는 최소 1조 8,922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2021년 이후 비공개된 약가 우대 지원액을 합산하면 총 지원액은 2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막대한 투입 대비 성과는 낙제점이다. 보고서는 상장 기업 중 매출액이 1,700억원 이상인 혁신형 제약기업 26개 사를 선정했으며, 비슷한 규모의 비(非)혁신형 비교기업 13개 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제도 목표가 무색하게 혁신형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 평균은 13.4%에 그쳤다. 이는 제도적 지원을 받지 않는 비교기업(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R&D 투자액도 절대금액은 컸지만, 2016년 대비 증가율은 오히려 비교기업(119%)이 혁신형제약기업(76%)보다 1.5배 많아, 현행 인증제가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살필 수 있었다.

 

 

특혜는 누리고 책임은 외면... 장애인 고용 외면하고 산업재해는 빈번

 

‘사회적 책임’ 지표에서도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각종 세제 혜택과 약가 우대를 받고 있음에도, 혁신형 제약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3%로 비교기업(2.4%)보다 낮았으며,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노동 안전 문제도 혁신형 제약기업의 산업재해율은 0.285%로 비교기업(0.168%)보다 약 1.7배 높게 나타났다. 그외 ‘성평등 및 일·가정 양립’ 관련 지표에서 비교기업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국내 기업 전체 평균에 비해서는 비슷하거나 저조하였다.

 

수익성이 낮아 공급 중단 우려가 있는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품목 수는 평균 9.5개로 비교기업(10.6개)보다 적었으나 ‘국가필수의약품’ 생산 품목 수는 평균 17.4개로 비교기업(11.4개)보다 많았다. 종합하면, 공공적 기여도 측면에서 비교기업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주가조작·GMP 위반... 비윤리 기업의 ‘면죄부’로 전락한 인증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리경영의 부재이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각종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된 자료를 찾아 정리하였다. 조사 결과, 26개 혁신형제약기업 대부분 비윤리적 행위가 반복되고 있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윤리성 문제로 인증이 취소된 후에도 3년 뒤 재인증을 받는 등 제도의 허점도 드러났다.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인증된 기업 중 최근 5년이내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된 기업, 임의 제조 등 GMP를 위반하거나 위조된 허가자료를 제출하여 품목허가취소를 받은 기업, 경영진이 횡령과 갑질, 성범죄 등으로 지탄을 받았음에도 나중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기업,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편법으로 인적분할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경영승계를 시도한 기업, 경영진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치료제 개발 소식을 이용하거나 기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사익을 챙긴 기업, 정부의 막대한 R&D지원을 받고도 별 이유 없이 개발을 중단한 기업 등 여러 비윤리적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돈만 쓰는 ‘육성’ 그만두고, ‘국민 건강’ 위한 제도로 전면 쇄신해야”

 

보고서는 소결을 통해 현행 인증제도가 정책적 효과는 실종된 채, 기업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5가지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주요 정책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 성과 중심 개편: R&D 투자액(투입)이 아닌 실질적 신약 개발 및 수출 실적, 일자리 창출 등 ‘성과와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인증 기준 전면 개편
  • 사회적 책임 요건 강화: 장애인 고용, 노동안전, 성평등 지표를 인증 요건으로 반영하고, ESG 관련 정보는 공개 의무화
  • 약가 우대 패러다임 전환: 기존의 문제되는 품목 위주 약가 가산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약가 우대정책이 이제 단순 산업 육성이 아닌, 필수의약품 생산 및 공급 안정 설비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전면 개편
  •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중대한 법규 위반 또는 사회적 물의가 있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즉각 인증을 취소하고 재진입 제한 기간 대폭 연장
  • 투명성 강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현황 및 기업이 달성한 실적을 기록한 성과 백서 발간 및 공개

 

지난 28일 복지부는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 운영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는 개선하지 않은 채 대대적인 약가우대 정책으로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책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제약사의 ‘쌈짓돈’이 되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산업혁신과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보고서가 인증제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산업 혁신과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제도로 재설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025년 12월 2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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