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지난 11월 16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모두를 위한 의약품 접근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의약품 접근권을 개발·생산·유통·가격 결정 등 전 주기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시민사회와 미래세대가 함께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건약과 함께 의약품 접근권을 공부한 약학대학 학생들이 직접 연구·발표에 참여하여, 청년 세대의 시각에서 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신약의 고가화에 대응하는 미국과 유럽의 약가제도에 대하여
첫 번째 세션에서는 건약 이동근 사무국장이 맡았으며, 신약의 고가화로 인한 국외 약가제도의 변화를 다뤘다. 신약 약제비 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최근 5년 이내 이뤄지고 있다. 발표자는 특히 유럽연합(EU)의 공동임상평가(JCA) 제도 도입(2025년 1월 시행), 공동 약가협상 등 협력 대응 모델, 미국의 메디케어 약가협상 및 트럼프의 행정명령 등 주요국의 정책 변화를 소개했다. 특히 유럽연합은 JCA를 통해 중앙 집중식 의료기술 평가를 실시하여 각국의 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가 간 약가를 공유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반면에 트럼프는 모호한 기준의 약가정책을 시도하여 실질적인 약가인하가 아닌 정치적 선동으로만 나타나는 등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세션으로 독점적 의약품 개발의 한계와 대안적 인센티브 모색을 다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약대생인 숙명여대 나윤주, 덕성여대 박새별이 맡아 현행 지식재산권 중심의 의약품 개발 방식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현재 제약 R&D는 '릴레이 경주' 모델로, 공공 및 학술기관의 기초연구 → 스타트업의 전임상 → 중간규모 기업의 임상 1·2상 → 대기업의 임상 3상 및 허가 신청 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마다 기술 이전 및 인수합병을 통해 재정적 보상이 누적된다. 대표적 사례로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는 개발단계에 따라 기술 이전 및 인수합병이 이뤄졌고, 예상보다 비싼 가격으로 약값이 책정되었다. 발표자는 이러한 구조가 ① 시장성 낮은 소외질병·항생제 개발 소홀, ② 고가약 문제 심화, ③ 위험과 보상의 불균형 배분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TRIPS 협정의 유연성(강제실시권, 병행수입 등)이 정치·경제적 압력과 TRIPS-plus 조항으로 인해 실효성이 제한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공공 주도 R&D, 특허풀, 오픈소스 방식 등 대안적 개발 모델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선택 세션으로 ①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과 ② 국내 제약산업 분석을 동시 진행
선택 세션 중 하나로 진행된 3-1 세션에서는 단국대와 이화여대 약대생인 김연주, 김진아가 맡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시화된 의약품 공급망 불안정 문제를 다뤘다. 세계 원료의약품의 약 80%가 중국·인도에 생산되는 취약한 구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에 유럽과 미국에서 마스크, 해열제,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발표자는 의약품 공급망이 불안정한 이유로 ①복잡한 다국적 공급망과 도매상 집중화, ②병행수입과 저가 제네릭 정책으로 인한 자국 생산능력 저하, ③전쟁·지정학적 긴장(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대안으로 국내·역내 생산 역량 강화 및 첨단 제조기술 투자, 필수의약품 평가를 통한 생산 안정화 체제 구축, 시장 인센티브 개편 등을 제안했다.
또 다른 선택 세션인 3-2에서는 약대생인 부산대 강윤주, 서울대 김새벽, 중앙대 김연진, 대구가톨릭대 김지유 학생이 맡아 국내 제약산업 현황과 상장된 국내 제약기업의 재무적, 비재무적 특성을 분류하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은 의약품 생산액 및 생산업체 수가 증가하는 등 외형적 성장은 지속하고 있으나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낮고, 생산시설의 기초적인 위반사례가 반복되는 등 구조적 취약성도 뚜렷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연구의 재무지표를 넘어서 공공성, 사회적 지속가능성 등 비재무적 요소도 함께 분석하였다. 그리고 재무건전성, 수익성, 성장가능성 등 재무재표를 통해 기업들의 유형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분석한 결과 국내 제약산업은 안정형, 성장형, 위험 감수형 등 경영전략이 다양했으며,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보다 외형의 확장에 중심을 두는 등 연구개발이 아닌 영업·마케팅 중심으로 성장할 우려가 높았다. 그리고 고용다양성 등의 ESG 지표를 살펴본 결과 무려 11개 기업이 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으며, 공개한 기업 중에서도 여성 임원 비율이 8%가 안되는 등 사회적 지속가능성 실천이 미진했다.
마지막 세션으로 국내 제네릭 가격의 현황 및 과제를 다뤄
마지막 세션은 공주대 김동숙 교수가 맡아 국내 제네릭 약품비 현황 및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국내 제네릭 약가제도는 지난 20년간 4차례 변화를 거쳐왔는데 여전히 다른 OECD 국가에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등재 10년차에도 가격이 거의 떨어지지 않은 것에 반해 해외 제네릭 가격은 대부분 90% 이상 인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년부터 2022년 IQVIA의 가격조사 데이터를 약국 판매가를 기준으로 직접 분석한 결과, 당뇨약 및 항생제를 제외한 효능군의 약값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자는 제네릭 의약품이 저가의 품질 좋은 제품이 선택되도록 사용장려제도를 정비하고, 일부 효능군의 참조가격제를 시행하는 등의 시범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건약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의약품 접근권이 단순히 가격 문제를 넘어 개발 인센티브, 생산 체계, 공급망 안정성, 산업 정책 전반과 연결된 복합적 과제임을 확인했다. 특히 약학대학 학생들이 직접 연구하고 발표함으로써, 미래 세대가 주체적으로 제약·보건 정책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건약은 앞으로도 시민사회, 학계, 청년 세대와 협력하여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의약품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다.
2025년 11월 1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별첨1 : 자료집 ‘모두를 위한 의약품 접근권 심포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