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오는 9월 17일,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충북대병원 노동자들이 역사적인 공동파업에 돌입한다. 이는 2004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립대병원 파업이며, 강원대병원의 경우 설립 25년 만의 첫 파업이다. 충북대병원 또한 24년 만에 파업을 결의했다. 이 사실은 전혀 가볍지 않다. 공공의료 최전선에서 환자와 시민의 건강을 위해 일해 온 노동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구조적 모순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와 시민의 건강권을 모두 지키기 위해 집단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사 간 임금 협상이나 복지 개선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번 파업은 한국 의료체계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 즉 민간병원 95%, 공공병원 5%라는 기형적 구조로 인한 지역의료의 붕괴, 그리고 공공의료의 만성적 후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투쟁이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공백, 지방 환자의 수도권 원정 진료 문제는 모두 “병원의 이윤”을 우선시해온 민간 중심 한국 의료체계가 초래한 비극이다. 이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내건 요구는 명확하다. △공공의료와 공공돌봄의 획기적 확대 △의료·돌봄 노동자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개선 △무상의료 실현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전면 시행 △의료 민영화 시도 중단. 이 요구는 노동자의 이해와 더불어 환자와 시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사회적 요구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에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포함했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계획, 예산 등은 보이지 않고 공허한 구호만 휘날리고 있다. 정부가 정한 인력 정원과 인건비 제한 때문에 국립대병원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립대병원은 여전히 정부의 부족한 지원 속에 정부의 부적절한 통제만 받으며 사람들의 필요에 맞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파업을 단호히 지지한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자, 환자와 시민의 권리,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투쟁이다. 이 투쟁은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민간 의료 자본에 맞서, 공공성과 평등이라는 가치를 회복하는 싸움이다. 그리고 이는 단지 의료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만이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꾸고, 국가와 자본의 무책임을 바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투쟁이다.

우리는 정부와 국립대병원 경영진에 강력히 촉구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즉각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나서라. 국립대병원의 공익적 역할을 다하다 보니 발생한 적자 문제, 인력 부족 문제, 불합리한 인건비 규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사람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고, 공공병원과 국립대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을 하라.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전공의들의 명분 없는 요구를 내건 무책임한 병원 철수와 다르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를 살리기 위한, 사회를 살리기 위한 파업이다. 우리는 국립대병원 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노동 세력에게 이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한다.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길, 우리 모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길은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열릴 것이다. 우리는 이번 파업이 한국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임을 믿는다.

 

 

2025년 9월 15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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