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이 알고 싶다_22nd] 넘쳐나는 '위고비' 게시물, 식욕억제제의 진짜 효과

사진출처: 연합뉴스

- 식욕억제제 열풍,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이야기 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펴보면 다이어트 성공담이 넘쳐난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각종 미용 클리닉에서는 "한 달 몸매 관리 얼마"라는 광고가 눈에 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위고비, 삭센다 같은 식욕억제제(비만치료제)를 내세운 광고들이다. 각종 미디어에서 위고비 관련 기사와 콘텐츠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 식욕억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이러한 식욕억제제 열풍은 한국 사회가 '날씬함'에 얼마나 깊이 매몰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징후이기도 하다. 그 열망이 지나친 나머지, 우리는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긍정하는 일조차 점점 어려워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외모'나 '몸매'의 문제였던 '뚱뚱함'이 이제 병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식욕억제제 신약의 등장은 다이어트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른바 약에 의존하여 살을 빼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뱃살', '뚱뚱함',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얽혀 있다. 식욕억제제 신약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앞으로 3차례 글을 통해 최근 개발된 식욕억제제의 등장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기자말] 이 글에서 '뚱뚱함'은 '살과 체형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로, '비만'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의학적 상태'로 구분한다.

'뚱뚱함'의 의료화, 다이어트의 '약료화'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몸매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 고대 조각상의 비너스들이 서로 다른 체형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몸매 기준이 개인에게 단순한 선망을 넘어서 '압박'이 된다면, 문제는 크게 달라진다.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에서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자기 몸을 긍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아름다운 몸'의 기준은 매우 마른 쪽에 치우쳐 있다. 뚱뚱한 몸은 '관리가 안 된 몸'으로 취급되어 부정적 평가를 받거나 가끔 비난의 대상이 된다. 젊은 여성의 경우 때로 마른 몸을 통해 사회적 이익과 권력을 얻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게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은 굉장하다. 많은 사람들이 섭식장애의 위험에 놓여 있기도 하다. 많은 여성들은 의학적으로 말하는 정상체중에 해당함에도 스스로 뚱뚱하다고 느끼며, 체중감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만은 정말 질병인가? 우리가 과거에 뚱뚱하다고 말했던 상태를 비만으로 '재정의'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비만의 의료화(medicalization)가 발생한다.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자신을 환자로 정의하고,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다. 약간 뚱뚱한 상태나 과체중, 심지어 정상체중까지 환자의 범위에 포함된다.

과거에 비아그라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발기부전이라는 의학적 필요를 뛰어넘는 의료화가 발생했던 것처럼,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의료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만의 의료화는 단순한 의학적 견해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시선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

비만과 뚱뚱함을 해결하는 자기 관리를 주로 '다이어트'라고 부른다. 그런데 뚱뚱함이 비만으로 의료화되면, 다이어트는 단순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 '치료'가 된다. 이때 우리는 비만치료제를 찾게 된다. 즉, 약으로 몸을 바꾸려는 현상, 즉 '약료화(pharmaceuticalization)'가 나타난다.

다이어트의 약료화와 비만의 의료화는 서로를 강화시킨다. 비만이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될수록 약물 다이어트는 정당화되고, 약물 다이어트가 늘어날수록 비만의 의료화는 더욱 고도화되기 마련이다.

과거에도 지방 흡수 억제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등 다양한 비만 치료제가 있었다. 하지만 약물 부작용 문제로 이용자의 건강상 이익 측면에서 비만치료제 사용은 부정적 시선을 받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은 '성지'를 찾아갔고, '살 빼주는 약'을 사용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비만치료제의 성행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미 비만의 의료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비만치료제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위고비의 등장, 그리고 심화되는 다이어트 약료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삭센다, 위고비, 잽바운드 같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가 출시되고 있다. 이전 약물보다 부작용이 줄었고,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때 높은 인기 때문에 당뇨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GLP-1 당뇨약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GLP-1의 등장은 다이어트 약료화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과거에 힘들게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다이어트를 실천하려 했던 사람들이 이제 '약'이라는 간편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대신하려 한다. GLP-1의 등장으로 다이어트의 약료화는 심화되었고, 덩달아 비만의 의료화도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GLP-1의 비싼 약값 때문에 이 약들은 부자들을 위한 다이어트로 계급화까지 이뤄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이 부분은 다음에 자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위고비 등 식욕억제제 신약에 대한 게시물이 넘쳐난다. 말 그대로 식욕억제제 열풍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새로 지평을 여는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서 바라본다. 또 다른 사람은 경제적 관점에서 제약산업의 엄청난 성공으로 다룬다.

하지만 식욕억제제의 진짜 효과는 미용 강박과 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강화하는 데 있다. 또 몸매와 자기 관리에 대한 사회적 압력 때문에 사람들을 환자로 몰아넣고, 의료적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식욕억제제 열풍 속에서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누구나 맞고 싶어 하는 식욕억제제의 환상, 더불어 그로 인한 비만의 과도한 의료화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긍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로의 변화, 더 나아가 다양한 몸에 대한 포용조차 잃어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에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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