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책 설계자에서 정책 파괴자로... 퇴직 공직자의 책임윤리 바로 세워야

- 오창현 전 과장까지 태평양 입사, 보험약제과는 로펌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인가

-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는 존재, 로펌~제약사~퇴직공무원의 카르텔

 

 

지난 2일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과 보건산업진흥과장을 역임한 오창현 전 과장이 법무법인 태평양에 입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험약제과 출신 공무원이 대형로펌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이 벌써 4번째다. 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의 핵심 부서인 보험약제과가 로펌의 '인재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보험약제과에서 대형로펌으로 곧바로 이직한 사례>

 

[2011년] 김성태 전 사무관 →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9년] 류양지 전 서기관(보험약제과장 역임) → 법무법인 율촌

[2022년] 곽명섭 전 과장(보험약제과장 역임) →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5년] 오창현 전 과장(보험약제과장 역임) → 법무법인 태평양

 

특히 오창현 전 과장은 오랜 기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급여적정성재평가 소위원회에 참여하며 의약품 급여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다. 그가 입사할 태평양은 그동안 약제가산 재평가 직권조정 취소소송,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요양급여정지 취소소송, 약가인하처분 취소소송 등을 맡아왔다.

 

 

로펌-제약사-퇴직공무원의 카르텔

 

최근 의약품 관리제도의 사법화가 심각하다. 과거 제약사들은 특허 관련 소송만 제한적으로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불법 리베이트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위반 행정처분에도 소송을 제기한다. 제도가 유리하게 바뀌면 소급 적용을 요구하고, 불리하게 바뀌면 부당하다며 소송한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축소 취소소송에서 경험한 것과 같이 제약사는 소송에서 지더라도 처분을 지연시킴으로서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대형로펌들의 역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로펌의 제약·바이오 기업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노골적이다. 최근 로펌 헬스케어 팀의 전면에 내세울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올해 김앤장은 정해민 전 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장, 곽명섭 전 보험약제과장을 영입했고, 김강립 전 식약처장 영입도 ‘기정사실화’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법무법인 세종은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법무법인 화우는 양성일 전 차관을 영입한다고 한다. 이렇게 영입된 퇴직 공무원들은 ‘내부 정보’와 ‘인맥’을 이용해 로펌과 제약사의 이익에 복무할 가능성이 높다.

 

 

무너진 공직자윤리는 국민을 위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공직자윤리법 제 17조에 따르면 4급 이상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에 취직할 수 없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퇴직 전 5년간의 업무가 이직할 직장과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창현 전 보험약제과장은 오랜기간 의약품의 약가 및 급여결정 과정에 가장 밀접하게 개입한 공직자다. 그의 업무는 태평양에서 맡을 일과 업무관련성이 매우 높다. 이를 고려하면 재취직이 되어서는 안 됐다. 그럼에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를 허가했다면, 이는 자체적인 견제를 맡아야 하는 윤리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의약품 허가심사나 약제급여평가 과정이 대부분 비공개로 운영되어 일반인에게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런 실무를 담당했던 공직자들이 로펌에 취업하게 되면 단순 업무노하우 뿐만 아니라 기밀에 가까운 정보들이 로펌과 제약사에게 넘어가며, 그 자체가 건강보험 가입자 모두를 위협하는 행위가 된다.

 

보험약제과 출신들의 로펌행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이는 공공정책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국민의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그 제도를 만든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는 아이러니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보험약제과가 로펌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된다.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보루의 역할을 해야 할 보건복지부 공작자들의 추락하는 책임 윤리를 다시 세우기 위해 새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2025년 6월 5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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