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새로운 나라에는 새로운 의약품 정책 패러다임이 마련되어야

- 이재명 대통령 취임에 부쳐 국민들이 건강하게 살 권리 마련해야

- 수익성 중심 의약품 공급체계, 높은 약제비 부담문제에서 벗어나야

- 미프진 도입으로 여성 재생산권 보장해야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7개월 동안 이어진 내란사태 속에서 윤석열을 여전히 비호하는 후보에 대항하여 치러진 선거였다. 대통령이 전쟁 등 사변 없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국가전복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음에도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사람들을 발본색원하여 문제의 뿌리를 뽑는 임무가 첫 번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약품 관련 정책 변화도 많은 시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지금 사회 대전환의 분기점에 의약품 정책도 ‘의약품접근권’ 관점에서 새롭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을 수차례 주장했다. 하지만 이재명 당시 후보의 발언과 민주당의 대선공약은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짚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의약품 수급불안정, 높아지는 약제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대안 마련에 나서야

 

민주당은 이번 공약에서 의약품 품절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시설 지원, 자급화를 위해 기술개발 지원, 국산원료 완제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국가필수의약품을 위한 공공위탁생산 및 유통시스템 구축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문제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가 부족한 지역병원에 인센티브를 더 주거나 의료수가를 더 주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수익성에 기반하지 않는 공공 기반의 의약품 공급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을 의무화하는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두 번째,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와 희귀난치성 질환 등 신약의 고가화를 해소할 정책 마련이 하루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은 전체 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이 23.6%(2023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의 14.2%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한국의 높은 약제비는 △ 불필요한 의약품의 남용, △ 비싼 국내 제네릭의약품 가격, 그리고 최근 이뤄진 △ 신약의 초고가화에 기반한다. 민주당은 관련하여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화 및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등재 제도개선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으며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건약은 지난 정책제안을 통해 △ 경제성평가생략제도 개선, △ 독점권 남용을 막는 특허법 등 관련 법률 개정, △ 제네릭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쟁형 약가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신약의 실제 임상적 가치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급여만을 내세우는 것은 독점에 기반하여 엄청난 부를 벌어들이는 다국적 제약사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국제적으로 비싸기로 유명한 한국의 제네릭 약값을 유발하는 약가제도를 내버려 두고 약제비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결국 국내 제약기업이 줄곧 내수시장만을 위한 기업으로 국한하게 만드는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

 

 

환자 안전 도외시한, 산업육성만을 위한 규제완화 지양해야

 

국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마련도 필요하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의 수출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도 최근 개정된 영국과 유럽의 사례를 참고하여 개정하고, 기업들이 값싸고 질좋은 의약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 위한 생산시설의 지원이 중요하다.

 

다만 충분한 과학적 검증없이 환자에게 돈을 받고 줄기세포를 팔게 만든 첨단재생바이오법이나 별도 신의료기술 평가 없이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제도들은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이는 마치 국민들을 실험대상으로 하여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신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아주 끔찍한 정책이다. 게다가 이미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유사한 제도운영이 환자의 접근성 개선 뿐만 아니라 수출 확대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다. 오히려 위험하고 비싼 의료를 남발하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겪었다. 단순히 환자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의료민영화를 정당화해선 안된다.

 

 

미프진 도입, 여성 재생산권 보장 위한 최소한 조치

 

마지막으로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유산유도제 미프진 도입에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의료행위의 건강보험 적용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관련 공약은 사라졌고, 기자들의 질의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2019년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최근 보도된 ‘리박스쿨’의 사례처럼 극우 보수진영은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을 여전히 낙인화 하고 있으며, 많은 여성들은 임신중지를 마치 불법처럼 숨어서 받는 상황이다. 임신중지가 보장되지 않는 조건과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게다가 약물로 안전하게 받을 수 있음에도 미프진과 같은 유산유도제를 도입하지 않아 지리적, 경제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임신중지를 제 때 하지 못해 큰 건강상 피해를 입고 있다. 하루 속히 미프진의 도입과 여성의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내란사태에서 응원봉을 들고 각자의 목소리를 외치며 새로운 사회 실현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염원에 응답할 것이라 답변했다. 건약은 광장에 나와 시민들과 함께 했으며, “누구나 아무런 걱정 없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요구했다. ‘너무 비싸서’ 또는 ‘수익이 나지 않아서’, ‘사회적 낙인 때문에’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사회. 또 기술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검증되지 않는 약을 먹어야 하는 사회를 바꿔보자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건강과 약을 둘러싼 수많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건약은 ‘과제중심형 지도자’라고 불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계속 감시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낼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국가전복 세력을 척결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를 위한 첫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25년 6월 4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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