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산업지원공단이 아니라면, 약평위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 프랑스에서 개발되었지만 급여에서는 제외된 이모튼, 왜 한국은 급여를 유지하나

- 유사한 성격의 대체약제와 가격이 같으면 비용효과적이라는 논리는 재평가제도 자체를 흔들어

- 건정심은 약제비 부담을 증대하는 결정을 내려선 안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지난 10월과 11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급여적정성재평가 결과 및 아세트아미노펜 약가 조정신청을 수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급여적정성재평가에서 이모튼 캡슐(이하 이모튼)과 고덱스 캡슐(이하 고덱스)의 급여유지 결정 및 아세트아미노펜의 약가 인상 결정을 반대한다. 이번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결정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까지 이어지면, 제약사들의 의약품 가격 인상 요구는 반복될 것이며, 앞으로 건강보험의 약제비 부담 증가를 부추기는 결정이 될 것을 크게 우려한다.

 

 

첫째, 이모튼의 급여적정성 결정에 반대한다.

 

아보카도-대두 불검화물을 원료로 하고 있는 이모튼에 대한 효능효과는 어떤 자료를 근거로 허가된 것일까? 공개된 허가보고서는 없지만 지난해 치주질환 허가사항 삭제되었던 사례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식약처는 이모튼의 치주질환 효능효과를 삭제하는 허가사항 변경을 결정하였고, 이어서 건강보험공단도 급여기준을 축소하였다. 식약처가 허가사항을 변경한 이유는 이모튼의 원개발국인 프랑스에서 이모튼 동일 제품에 대한 효능효과를 축소하였기 때문이다. 외국의 규제당국의 결정이 한국의 허가 및 급여기준에 영향을 미친 이유는 하나다. 한국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은 근거가 프랑스에서 허가받았다는 이유 하나였으며, 다시 건강보험공단은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를 근거로 급여를 결정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이모튼을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일정규모의 임상시험 등 근거자료를 식약처가 검토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프랑스 회사가 자국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랑스는 이 약을 보험급여로 제공하고 있지 않다. 프랑스에서 의료기술의 급여를 평가하는 Haute Autorite de Sante(HAS)는 2013년 이 약이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여 급여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고, 현재 한국이 급여 평가에 기준으로 삼고 있는 주요국가들 중 어느 나라도 이모튼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심평원이 국내 제약사 눈치를 보는 기관이 아니라면, 프랑스 회사가 개발해서 프랑스 정부도 임상적 유용성이 없다고 하는 약을 매년 500억원이나 들여서 구매를 지원해야 하는지 자세한 해명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

 

 

둘째, 고덱스의 급여적정성 결정에 반대한다.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고덱스의 사례는 더 어처구니가 없다. 고덱스는 북경약물연구소에서 오미자추출 성분 중 일부를 반합성하여 개발한 비페닐디메틸디카르복실레이트(이하 BDD)와 지방대사에 사용되는 카르니틴, 에너지 대사에 사용되는 아데닌, 그리고 비타민 B2, B6, B12를 복합하여 개발된 약제이다. 이 약은 임상관련 문헌이 미비하여 지난 7월 약평위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약제로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제약사가 고덱스의 약값을 40원 가량 낮춘 이후에 열린 재논의 과정에서 심평원은 대체약제의 비용효과성을 들어 고덱스의 급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고덱스의 대체약제로 논의되었던 약이 펜넬캡슐이라는 점이다. 펜넬캡슐도 마찬가지로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이며, 심지어 고덱스와 동일하게 BDD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펜넬캡슐이 고덱스와 다른 점은 BDD 이외에 마늘유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결국 제약사는 펜넬캡슐과 가격을 동일하게 하기 위해 고덱스의 가격을 낮추면서 급여가 유지되었다. 참 편리한 방법이다. 펜넬캡슐을 평가하면 고덱스에 비해 비용효과적이고, 고덱스를 평가하면 펜넬캡슐에 비해 비용효과적이다고 결론이 나는 이상한 논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앞으로 이러한 방식의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다른 약제의 재평가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이다. 재평가 대상약제는 대체약제와 가격만 동일하면 급여유지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상한 선례를 만든 것이다.

 

 

셋째, 아세트아미노펜의 약가조정신청 수용결정에 반대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사에게 엄청난 부를 얻어준 시기였다. 제약사들은 코로나19 특수라는 평가속에 2020년 한해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덕분에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시가총액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게다가 2021년부터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덩달아 증가했다. 국내 상위 50개 제약사들은 2020년 기준 2021년에 8%, 다시 2021년 기준 2022년 3분기까지 약 12%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실로 감염병 위기 속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들이 제약바이오 기업이라 말할만 하다. 그럼에도 환율 등의 이유로 원가가 상승하고, 물류 유통비가 상승했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의 약가 조정을 신청했고, 심평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제약사들은 환자들의 건강보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의약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로 단순한 기업의 이익만 챙길 수 없다. 다양한 의약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특정 성분에 대해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약가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과욕이 아닌가. 이처럼 물가 등의 이유로 의약품 가격이 조정되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건강보험의 약제비 증가속도는 불에 기름을 붇는 격이 될 것이다. 최근 아세트아미노펜 가격인상을 대비하여 각 도매상 및 약국들이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도하게 구매하면서 의약품 품절사태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품절사태에도 도움되지 않는 의약품 가격인상 논의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제약사들은 이미 영양제같은 의약품 판매와 코로나19관련 증상을 완화하는 의약품 판매로 많은 돈을 벌었다. 건강보험공단 약제비가 제약기업들의 주머니 속에서 언제나 꺼내쓰는 쌈짓돈로 전락해선 안된다. 환자들의 의약품 구매부담과 건강보험재정 고갈보다 제약기업들의 이익에 더 신경쓰는 심평원의 결정에 우려하며, 앞으로 이어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

 

 

2022년 11월 2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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