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너무 비쌌던 항암제 가격, 알고보니 담합때문이었다

 

- 생명과 건강이 달린 의약품에 불법 담합을 벌인 제약사에게 공정위는 엄벌로 다스려야

- 담합이 적발되었음에도 가격 유지? 복지부는 가격 조정에 나서야

- 국회는 앞으로 발생할 독점담합문제에 대응할 강력한 처벌조항을 마련해야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다국적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이 항암제를 두고 벌인 독점·담합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알보젠이 전립선암 및 유방암 치료제인 졸라덱스(제품명: 졸라덱스데포·졸라덱스엘에이데포, 성분명: 고세렐린) 등 항암제의 복제약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알보젠에 3개 항암제의 국내 독점유통권을 주는 형식의 담합에 합의한 행위를 적발하였으며,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11억 4,600만 원(잠정), 알보젠 측에 14억 9,900만 원(잠정)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이번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 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를 두고 독점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은밀하게 담합을 추진한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공정위와 복지부, 국회에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제약사를 일벌백계하고 처벌조항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아스트라제네카가 독점 약가를 통해 추가로 얻은 이윤은 연간 약 100억 원이다. 공정위는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가로 지불한 비용을 모두 받아내야 한다.

 

이번 담합 사건은 연간 치료비용이 250만 원에 달하는 고가 항암제의 특허가 이미 만료되었음에도 경쟁 제약사 제네릭의약품의 출시를 가로막아 가격 인하를 방해한 악질적인 사건이다.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에 따르면 제네릭이 출시만 되더라도 첫해에는 약 40%, 두 번째 해부터는 50%가량 의약품 가격 인하를 예상할 수 있다. 졸라덱스데포주사, 졸라덱스엘에이데포주사가 의약품 안전나라에 보고된 수입실적에 따르면, 연간 150~26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의약품이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제네릭 출시를 막음으로써 매년 약 1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추가로 취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공정위가 책정한 26억여 원의 과징금 규모는 독점으로 발생한 피해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 결과다. 담합 계약으로 6년 넘게 졸라덱스는 독점이 유지되었으며, 이로 인해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입은 피해를 고려하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졸라덱스의 비싼 약값은 독점담합에 의해 유지되는 가격이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출시를 가정하여 기존 약가의 53.55% 수준으로 약가를 직권 조정해야 한다.

 

알보젠은 2016년 5월에 이미 유럽에서 졸라덱스 제네릭 개발에 성공하였고,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는 졸라덱스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로인해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에서도 졸라덱스 제네릭이 개발될 것을 우려하였고, 결국 이를 막기 위해 독점·담합이 성사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졸라덱스 제네릭은 여전히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당시 담합이 이뤄지지 않았고 알보젠이 제네릭 개발에 적극 나섰다면, 국내 제약사들도 서둘러 항암제 제네릭 개발을 서둘렀을 지도 모른다. 10월 20일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알보젠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독점담합 사건에 대하여 과징금과는 별도로 독점이윤이 유지되고 있어, 추가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보건복지부 장관도 공감하며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담합이 드러났음에도 가격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른 제약사들에게도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제네릭 등재수준인 기존 가격의 53.55%로 약가를 조정해야 한다.

 

 

셋째, 제약사 간 독점·담합을 뿌리뽑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 이상의 규제안이 필요하다.

 

사회가 의약품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이윤을 최대한 취하고자 특허 및 생산기술의 독점을 통해 추가 제네릭 개발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독점기간을 연장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에 오리지널 제약사와 제네릭 제약사간의 독점·담합이 발생한 것이다. 의약품은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임에도 법적으로 독점이 인정되는 재화로서 다른 재화보다 불법적인 독점·담합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처럼 제약회사가 가격이나 품질이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독과점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는 이유와 같다. 현행 약사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지만 제약기업간의 담합에 따른 처벌은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담합에 대응하기 위해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법안개정을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나 언론이 제약산업을 다룰 때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약가부담을 완화하고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제품 간 경쟁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미와 유럽 모두 최근 고가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시키기 위해 독점을 견제하거나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등재 등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과도한 독점이나 경쟁하지 않는 의약품 가격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의 독점담합에도 과징금 26억여 원을 제외한 추가 조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문제는 단순한 자본주의 규칙에서의 일탈에 대한 처벌 미비가 아니라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음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관점에서 지금이라도 의약품 독점문제에 기민한 대응을 보여야 한다.

 

 

2022년 10월 25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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