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보험약제과장은 로펌을 위한 징검다리인가?

사진: 메디월드뉴스

- 1년 전 보험약제과장의 로펌취업이 정당하다면, 퇴직자 취업심사는 없어지는게 낫다

 

곽명섭 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이 지난 12월 보건복지부를 명예 퇴직하고,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직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에 의한 심사결과는 아직 알려져있지 않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는 건강보험에서 보건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가장 중요한 약제비를 관리하는 부서로 제네릭의약품의 약가제도, 약제의 경제성 평가 등 상한금액 협상, 등재약 사후평가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곽 전 보험약제과장은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하에서 3년 넘게 보험약제과장을 역임하면서 제네릭의약품 약가 개편이나 등재약 재평가 등 ‘문재인 케어’에서 의약품 관련 정책을 주도해왔다. 또한,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대형 로펌들은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 전담팀들을 꾸리면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출신 공무원들의 영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게다가 제주 영리병원 문제와 같이 의료 영리화에 편승한 소송이나 리베이트 약가인하, 제네릭 등재에 따른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인하, 급여 재평가에 따른 급여축소와 같은 의약품 정책 전반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남발하면서 국내 보건의료 정책을 뒤흔들고 있다. 로펌의 헬스케어팀은 앞으로도 국내 약가 협상과 약제비 정책에 대한 제약업계의 대리인으로서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업무들을 지속해 갈 것이다. 이러한 로펌에 불과 1년 전까지 보험약제과장을 했던 인사가 취업한다는 것은 정책 설계자가 거꾸로 정책 훼방꾼이 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2011년 보험약제과 사무관이던 김성태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퇴직 후 곧바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바 있으며, 2019년에도 보험약제과장을 역임했던 류양지 전 서기관이 보건복지부에서 퇴직하자마자 로펌 율촌에 취직하여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렇게 건강보험 약제비 정책을 관리하는 ‘보험약제과’라는 자리가 로펌 헬스케어팀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의 로펌취업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고위공무원들의 정책운영 경험이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이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최근 고가의약품 출현, 높은 약제비부담으로 인한 건보재정 건전성 위협, 등재 재평가제도의 무력화 등 약제비 현안들이 쌓여 있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로펌권력에 맞서 이러한 현안에서 공익을 위한 균형을 잘 잡아가야 할 것이다.

 

 

2022년 1월 4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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