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성명] 재난 와중에 병원영리화 부추기는 국립대병원 영리자회사법?

- 유기홍 의원 대표발의 산학협력법 개정안 규탄한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도 정권말 각종 의료 규제완화 및 영리화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시도되는 것 중 하나는 국립대병원의 산업증진이란 미영하에 영리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국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된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 대표발의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영리자회사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등장한 이래 추진되고 있는 대표적 의료영리화 정책이다. 그간 이는 병원영리화이며 영리병원 허용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이 지적되어 수차례 철회되었던 것이다. 이런 정책이 코로나19 와중에 논의될 예정이라니 기막힌 노릇이다.

 

첫째. 영리자회사 설립은 병원을 영리병원화하는 꼴이다. 대학병원이 기존 소속 대학을 통한 산학협력으로도 충분한 연구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뜻은 그 수익이 병원의 이익과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병원이 연구 및 교육 목적인 대학보다는 직접적인 수익을 얻어 기업화되어야 성장한다는 논리로 병원을 통한 수익배분이란 측면에서 영리병원을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병원자회사의 범위는 병원내 전산정보처리, 유통업, 의료기기, 약품 등 병원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들로, 이는 미국식 의산복합체의 기초다. 한마디로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미국식 병원영리화다. 실제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일지라도 자회사가 투자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상법상 회사가 되면 영리병원의 사업구조가 도입되는 것이다. 이처럼 되면 국립대병원이 공익적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극도로 상업화되고 영리화될 것이다. 재난시기 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병원을 늘리기는커녕 기존의 공공병원조차 영리병원화시키겠다는 이런 정책이 등장했다는 것이 황당하다.

 

둘째, 의료기술발전 저하 및 치료기술의 독점권 강화로 임상현장에 부작용을 부추길 것이다. 현대의료기술은 광범한 임상을 통해 의료행위만큼은 공익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는 그간의 의료기기 및 의약품 규제완화와 특허독점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공익적 부분이다. 하지만 병원을 매개로 한 영리자회사는 병원의 의료특허 발생을 부추기고, 병원시스템 전반을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돈이 되는 기술발전과 적용에만 의료행위를 매몰시킬 수 있다. 거기다 의료기술은 융합발전하는데, 특정 의료기술 하나하나에 특허를 거는 데 집중한다면, 포괄적 기술발전에도 제한요소가 된다. 실제로 유럽국가들 대부분은 공공병원에서 이해상충없이 나온 임상정보를 기반으로 약품과 의료기기의 발전을 추구한다. 따라서 대학병원이 직접 기술지주회사를 운영하도록 한다면 일부의 상업적 이익추구에는 유리할지 모르겠으나, 한국사회의 의료기술 발전과 의학발전은 제한되게 될 것이다. 거기다 병원내 특허를 가지고 영리자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지분이 있는 특정 진료과와 그렇지 않은 진료과 사이의 문제는 결국 의료현장을 더 큰 혼란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셋째. 환자를 기술발전과 영리수단화 하고 윤리적으로도 이해상충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병원이 직접 영리자회사를 운영하게 된다면, 연구자인 의사들은 기술을 기반으로 이윤배당 등의 이해관계에 포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다 치료재료, 약품, 검사등이 영리자회사 운영에 따라 편향적으로 사용되어 환자의 치료기회 선택권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의료기기 특허권과 임상현장의 문제점은 이미 카바수술을 창시한 송명근교수의 경우에 드러난 바 있는데, 특허를 보유한 당사자가 연구한 논문들은 결국 동료평가를 통해 부정당한 바 있다. 또 영리자회사의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환자 진료는 영리적 임상시험과 비급여 조장의 위험성도 내포한다. 즉 공공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진료, 연구,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국립대학병원에 직접적인 산학협력단설립과 이를 통한 영리자회사 설립이 환자진료와 연구윤리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미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병원의 직접 기술지주회사 설립 건이 가진 문제점은 수차례 사회적 토론과 논의를 통해 확인되었고, 지난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조차도 ‘영리병원이나 다름 없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병원 기술지주회사·자회사 정책이다. 그럼에도 이를 마치 국공립대의 연구발전이 어려운 제한점을 해결하는 것인냥 뒤틀어 다시 법안까지 상정하고 논의하는 것은 적폐청산을 부르짖은 정부여당이 해선 안될 일이다. 스스로 박근혜정부 때 국회에서 본인들이 폈던 주장을 되돌아보고 법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감염질환과 같은 필수의료에 대한 인력과 연구를 강화하는 시점에 산업체와 연계된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심지어 이런 논의를 산업부나 과학기술부가 아니라 대학병원의 주무 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나섰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며 공공의료체계의 거버넌스 자체의 부실함도 보여준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공립대의 영리적 연구개발이 아니라 코로나19대응을 위한 헌신과 공공성 확대다. 이런 방향에 역행하는 국공립대 기술지주회사 설립허용은 철회되어야 한다.

 

 

2021. 11. 22.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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