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낙폐][사후보도자료] 2021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 및 심층인터뷰 결과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임신중지 입법공백은 '권리 보장'의 공백이다!

 

1.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는 오는 10월 12일 화요일 오후 2시 유튜브 중계 형식을 통해 『2021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 및 심층인터뷰 결과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2. 이번 보고서에 담긴 설문·실태조사와 심층인터뷰 결과는 모낙폐가 지난 6월 8일부터 7월 16일까지 진행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실태/설문조사’ 결과의 내용과 심층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정리되었습니다. 임신중지 경험에 대한 설문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전과 이후의 경험 모두를 취합하였습니다. 해당 설문에 기간 내 총 370명이 응답하였으며,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79명이었고, 심층인터뷰 참가자는 총 14명이었습니다. 심층인터뷰는 기존 저희 설문, 실태조사가 완료된 7월 중순부터 9월까지 개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응답자 중 심층인터뷰 참여의사를 밝히며 연락처를 남겨주신 13인에 더해 장애여성으로서 재생산과 의료에 관련된 경험을 나눠주기 위해 참여해주신 1인을 더해 총 14건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3. 먼저 임신중지 경험 심층인터뷰 결과 요지를 발표한 인도주의실협의사협의회 이서영 정책부장은 임신중지에 대한 법적 처벌 조항의 실효가 사라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비로소 임신중지 경험을 조금씩 발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임신중지 당사자, 혹은 조력자로서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의료현장에서 기존의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와 사회문화적 터부시로 인해 음성화되고 소극화된 의료행태를 일관적으로 경험하고 있었고, 의료인의 거부와 진료환경, 상담과 정보 습득에서의 문제 등 의료제도와 정책의 미비가 낳고 있는 직간접적 문제들을 공통적으로 경험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현재 대다수가 비급여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면서 가격형성이 일관되지 않고 현금결제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임신중지 의료의 특성상 짧은 기간 내 마련하기 어려운 목돈을 현금으로 마련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문제들과 여러 갈등과 폭력 등 이차적인 문제들이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짚었습니다. 이서영 정책부장은 이제는 여성들이 노동자로서, 시민으로서, 의료행위의 수진자로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가 법과 제도의 설계에 있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 결과 요지를 발표한 시민건강연구소 문다슬 상임연구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첫째, 임신중지의 물리적 및 경제적 접근성을 포함한 다차원적 접근성 보장, 둘째,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체계 마련, 셋째, 임신중지 사전 및 사후관리를 포함한 임신중지의 전과정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 넷째, 다양한 임신중지 방법 마련 및 보장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요약하였습니다. 내과적 방법을 통해 임신중지를 하는 경우 대부분이 단체 및 기관의 도움을 통해 정보를 얻은 경우였으며, 병원에 직접 문의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는 경우, 또는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은 경우 외과적 방법 즉 수술을 통해 임신중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특히 현재 공적 및 사적 체계 내에서 임신중지 방법에 관한 정보가 외과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한편, 기혼이었던 응답자들은 모두 외과적 방법을 선택하였고, 동거 또는 비혼/미혼인 경우에 약물적 방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접적인 사유로는 의사가 권하거나, 기록이 남을까봐가 가장 많은 응답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수술의 경우 상대방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것과 연결하여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임신중지 결정에 소요된 시간의 경우 연령이 높을수록, 비수도권 거주자일수록 임신중지를 결정하는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소요하고 있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이는 임신중지 관련 물리적 접근성은 임신중지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설문조사 결과, 수술 환경의 위생상태나 안전이 불안하다고 응답한 경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다슬 연구원은 이 결과가 임신중지가 보편적 기본 서비스가 되어야 함은 물론, 동시에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관련 질 관리 등의 조치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경제적/지역적 의료접근성, 의료기관 및 의료인력 등 임신중지 의료자원, 임신중지 상담과 정보 제공, 당사자 권리보호, 사회보장제도 의견, 그리고 제반 재생산권리 행사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 등에 관한 의견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임신중지를 둘러싼 포괄적인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입니다.

5.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인 나영은 실태조사 결과의 시사점과 향후 법·정책 방향에 대해 발언하였습니다. 먼저, 낙태죄 실효가 상실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도 여태까지 국회에서의 움직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언론 보도가 여전히 현재의 입법 공백을 언제까지를 허용할 것이냐를 정하는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낙태죄 시대의 처벌과 허용이라는 프레임은 이제 과거의 역사로 두고 이제는 어떠한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무엇을 보장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법과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번 심층 인터뷰와 설문 실태조사의 내용이 그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인터뷰와 조사 결과를 반영한 주요 과제로 여섯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보험이 전면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사 결과 대부분 현금으로 많은 비용을 의료기관의 결정에 따라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수진자들이 자신에게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에 대해서 어떤 의료 행위가 얼마만큼의 비용으로 그리고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본인이 어떤 부분들을 고려해야 되는지에 대한 결정의 권한은 물론 정보에 대한 권한 조차 없었다는 점을 의미하며, 여러 다른 형태의 부담들로 함께 존재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대부분의 인터뷰들이 검사와 진찰, 약제, 그리고 사후 검진 등 포함된 의료 항목의 내역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들이 많았고 심지어는 시술 당시에 의료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인터뷰이들도 많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언급하였습니다. 협박이나 낙인의 부담 또한 있었고, 그로 인해서 다시 의료기관을 찾거나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건강이 악화되는 결과도 낳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문제는 단지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건강과 삶의 여러 측면들을 같이 고려하는 문제로서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어떠한 의료 행위들이 이루어졌는지 기록이 남지 않고 현금 결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임신중지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이므로 건강보험은 의료의 질 관리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관련 사회보장 방향으로써 근로기준법상 유사산 유급 병가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단서조항을 삭제할 것, 국민행복카드를 통한 부가급여에 임신중지도 포함되도록 할 것입니다. 국민행복카드의 경우 2015년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지의 경우에도 모자보건법 허용 요건에 한해 적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만큼, 법의 실효가 사라진 상황에 맞추어 모든 경우의 유산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정부가 임신중지에 대한 내용을 공식화하여 정확하고 표준화된 정보를 공식 정보 플랫폼을 통해서 제공해야 된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현재 정부 포털 사이트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여러 보건의료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신중지 관련 정보도 공식적으로 제공되도록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네 번째는 예비 의료인 교육과정에 대한 요구를 언급하였습니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국립중앙의료원 주최로 안전한 임신중지에 관한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여기에 300여 명에 가까운 의료인들이 참여했다는 점을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언급하며, 이런 식의 과정들이 이제 공식적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는 점, 의료기술 뿐 아니라 의료인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교육 역시 예비의료인의 교육에 대한 권리라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다섯 번째로 모든 의료기관이 차별 없이 임신중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현재도 한국의 공공병원은 전체 병상 수 기준으로 10%에 달하지 못하는 OECD 최하의 수준에 있으며, 전국 70여 개 진료권역 중 공공병원이 단 한 곳도 없는 곳이 30여 곳에 달하고 있습니다. 의료인 개인의 생각에 따라 의료 수급권자, 이주민이나 난민, HIV 감염인에 대한 진료 등이 거부되어서는 안 되듯 거부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심각한 차별을 유발하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특히 임신중지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개인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불평등과 건강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개인의 건강권을 고려해서라도 거부권이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많은 국제기구에서는 임신중지를 건강권의 항목으로 다루면서 이를 가로막는 여러 가지 법제도와 거부권 역시 생명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지는 온전히 여성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 모든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대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사회 여건을 보장하고, 교육과 정보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6. 유산유도제 관련 경험의 의미 분석과 제언을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이 발언하였습니다. 이동근 사무국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가 외과적 방법의 물리적 한계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60% 이상이 1주 이내에 임신중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70% 이상이 임신중지를 결정하는데 1주 이상이 소요된 점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되는 사회적 배경을 임신중지 사실을 주변에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신중지 가능한 병원이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임신중지를 결정하기 더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약물의 사용은 임신중지 접근권과 여성의 재생산권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동근 사무국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임신중지 약물을 신속하게 허가할 것과, 산부인과 전문의만으로 제한된 처방권이나 원내처방 등 의약품 이용의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요구하였습니다.

 

7. 이번 보고서는 정부 관련 부처와 소관 의원실 등에도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래에 발언문 전문과 보고서를 첨부하오니 참고하여 주시고, 많은 관심과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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