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백신 공공재 약속한 대통령, 말로 그치지 말고 G7회의에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1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10일 출국한다. 이번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위기 후 처음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모여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연대와 협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구매 경쟁을 이제 멈추고,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확보를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에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국제사회에 수천조 원의 경제적 타격을 준 글로벌 위기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직접 주재한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내년 백신 구매 확보 계획에 대해 말하면서 백신 구매 경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저소득 국가들은 아직까지 평균 1% 정도만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으며, 내년에도 충분한 백신 확보가 요원한 상황이다. 국제무대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공공재적 역할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자국의 백신 추가 구매를 시사하는 것은 세계 10대 경제국으로서 국제 무대에 가져야 할 책임을 망각한 것이며, 이번 정상회의가 전 세계적인 백신공급 부족과 부유국들의 백신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더 이상 백신 구매 경쟁을 멈추고 공평한 백신 사용을 위한 약속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중저소득 국가를 위해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한 협력, 생산된 백신 중 공정한 몫의 수출 약속, 인구를 초과한 백신 구매분의 기부 약속, 백신 공동 구매를 위한 재정적 기여 등의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특허권 일시 면제안을 지지하고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요청해야 한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는 코로나19 의료제품에 대한 특허권 일시 면제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백신 부족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유행이 심화되면서, 미국,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일시 면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4개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맡은 국가이며, 세계적으로 주요한 백신 생산역량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지만 특허권 면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부족한 백신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특허권 면제로 백신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한국은 국제적 연대 요청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 충분한 백신 공급과, 팬데믹으로 인한 각 국의 경제위기 해결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백신 공급 확대를 위한 특허권 일시 면제안에 지지의사를 밝히고, 반대하는 국가의 설득에 나서야 한다.

 

 

셋째, 한국은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생산, 구매, 할당에 대한 불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연대를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은 개발부터 생산과 분배까지 구체적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아 개발회사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재원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통해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각 국의 구매 계약 조건은 무엇이며, 백신이 얼마에 거래되고, 어디에 언제 공급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백신 생산설비 확충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한 라이센스 계약 내용도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개발회사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키고 백신의 공평한 사용을 위한 노력을 방해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대를 요청해야 한다.

 

 

넷째,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기술을 많은 국가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백신, 진단기기 등 감염병과 관련된 많은 의료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코로나19 발발 전까지 감염병 연구는 주로 공공자금의 지원을 통해서 이뤄져 왔다. 감염병 연구가 경제적 이윤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민간기업은 공공자금의 지원 없이는 연구를 지속하기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그동안 공공의 지원을 통해 감염병 연구 노하우를 축적해왔던 민간기업들이 빠른 시일내에 진단기기, 치료제, 백신 등의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전에 공공자금의 지원을 통해 연구를 지속하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이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은 관련 기술을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모두 독점하고 있으며, 판매가격이나 생산량, 판매처에 어떤 공적 통제도 받지 않는다. 이로인해 중저소득 국가들은 진단키트와 같은 필요한 의료기술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단기술 등 다수의 의료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주도하여 이번 정상회의에 감염병 위기에 개발된 의료기술을 많은 국가들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연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작년 초부터 코로나19 팬데믹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전세계적 연대와 협력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한국은 세계적 위기를 자국의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에만 힘을 쓰고 연대와 협력의 요구에는 눈치보기로 일관했다. 이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적 백신 허브국가로 발돋움 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이 백신 불평등 문제에 책임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G7 정상회의는 과거에도 중저소득국가의 에이즈 치료제 지원을 위한 행동계획에 합의하여 에이즈 치료 불평등 해소에 일조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 중저소득국가들의 백신 불평등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합의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한국이 적극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1년 6월 9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