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재판부의 소송당사자의 손해만 생각하는 집행정지 인용을 규탄한다.

[성명] 재판부의 소송당사자의 손해만 생각하는 집행정지 인용을 규탄한다.

- 건정심의 급여축소 결정은 사회적 협의의 결과이며, 사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15일 저녁 서울행정법원 6행정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치매 예방약으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약제(콜린알포)에 대한 급여축소 고시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였다. 이번 결정에 따라 본안소송이 판결될 때까지 건강보험공단은 정부가 2020년 노인돌봄서비스에 지원하는 예산에 맞먹는 재정을 효과도 없는 약제의 급여를 지원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업계는 허가를 받고 2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국내에서 치매 관련 유효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대형법무법인을 배경으로 급여를 연장하기 위한 지연작전에 성공하였다.

 

주요국들은 뇌기능을 개선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치료제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할 만큼 비용효과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한 해 수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소모하면서 급여를 보장해주고 있다. 이렇게 잘나가는 콜린알포에 제동을 건 것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결정이다. 콜린알포는 심평원을 통해 건강보험을 구성하는 대표할만한 여러 단위의 대표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으며, 그 결과를 통해 건정심이 최종 결정하였다. 그러므로 건정심이 내린 결론은 단순한 처분청의 처분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재판부가 집행정지 인용판결을 내린 것은 이러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로 봐야 한다.

 

재판부는 이번 집행정지에서 치매 외 적응증을 보이는 환자들이 기존보다 늘어난 비용부담으로 약품에 대한 치료를 포기할 것을 우려하였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효과가 없는 약의 사용을 막는 것 또는 급여하지 않는 것은 치료기회의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제약기업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집행정지는 이전부터 많은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건강보험공단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선의의 피해를 주었다. 얼마 전 2018년부터 이어졌던 일회용 점안제의 약가 인하 소송이 대법원에서 복지부가 최종 승소한 판결이 있었다. 그 사건에서 2년 가까이 집행정지로 제약사는 약가 인하를 미룰 수 있었고, 집행정지 기간에 건강보험 재정은 수백억 원의 누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점안제를 처방받는 환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필요하게 비싼 가격에 인공눈물 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콜린알포도 유사하다. 일반국민 입장에서는 집행정지로 급여가 유지되어서 건강보험 재정이 불필요하게 누수가 발생하고, 한정된 재원 내에 더 중대한 질환에 사용할 약제의 급여확대가 늦어진다면, 이 또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아닌가?

 

최근 제약업계의 소송이 증가하면서 재판부의 판결이 건강보험과 공중보건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통합되면서 이를 운영하기 위한 협의체가 마련되었고, 현재까지 그러한 협의를 통해 건강보험 정책이 결정되고 급여여부도 결정되었다. 하지만 재판부의 잇따른 건정심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으로 협의체의 협의결과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전체 건강보험의 운영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집행정지는 대형로펌을 등에 업은 제약업계들이 설사 소송에 지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보험료를 지불하고 비용효과적인 치료에 급여를 적용받아야 할 일반 국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제약회사의 막무가내 소송제기는 이제 근절해야 한다.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선 업계도 사회에 발생시킨 부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같이 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소송당사자로 이익대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제약업계의 손해를 검토하기 이전에 집행정지 등의 소송남발이 유발하는 사회적 손실이 막중함을 절실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20. 9. 17.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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