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재벌의 보바스병원 인수 허용 규탄한다.
- 의료법의 기본정신을 심각하게 훼손
- 롯데 재벌의 병원인수합병 허용은 향후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
- 의료법인의 구조조정은 공익적 목적에서 수행되어야 함
지난주 서울지법에서 롯데 재벌의 보바스병원 인수 회생계획서가 최종 승인되었다. 작년부터 롯데가 2,900억 원을 출자하며 채무에 허덕이던 보바스병원을 인수하도록 한 회생계획은 계속 논란이 되어왔다. 우선 비영리법인의 이사회 구성권을 사고파는 편법적 시도에 시민단체, 노동조합, 복지부, 성남시 당국까지 반대의사를 밝혔다. 또한 작년 10월 인수과정도 경매절차와 비슷하게 진행되어 비영리법인의 인수합병을 금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외에도 재벌이 비영리 사업인 의료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에 대한 논란, 의료업 자체가 아니라 실버사업을 위해 병원을 이용하려 한다는 논란 등 수많은 논란이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시도에 포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롯데가 사드 부지 등을 박근혜 정부에 제공하면서 반대 급부로 보바스병원 편법 인수를 허가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어 박근혜 적폐 중 하나로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가 지목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롯데의 보바스병원 편법 인수에 손을 들어주고, 보건복지부가 이를 방조한 행위를 규탄하며, 다음의 입장을 밝힌다.
1. 재벌의 직접적인 병원인수 허용은 의료법의 기본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이미 삼성, 현대 등 굴지의 재벌이 의료업에 진출하고 있으니, 롯데 하나쯤 어떠냐는 인식은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다. 기존 재벌들이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 병원을 운영한 것과 달리, 롯데는 수익성 문제 없는(재단 이사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채무 문제) 병원만 쏙 빼가는 경우이다. 여기에 롯데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하여 이를 통해 병원을 인수하는 것도 아니고, 호텔롯데라는 상법상 영리회사가 이사회 구성권을 산 경우다. 의료법의 기본정신, 즉 의료업이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은 이번 결정으로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2. 편법 병원인수합병 허용으로 향후 자본 동원능력으로 병원의 서열이 정해지는 한국의료 전반의 왜곡을 가속화시킬 사건이다.
롯데와 같이 자본 동원능력이 있는 재벌이 수익성이 있는 병원을 빼먹기 시작한다면, 이는 의료 공급구조의 일대변화를 불러 올 수밖에 없다. 특히 수익성 중심으로 병원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지금도 돈벌이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료공급은 한층 더 영리화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재벌이 직접 병원을 사고파는 것이 공공연해지면 사실상 병원 하나하나에 가격이 매겨져 종국에서는 영리병원이 도입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단순히 일개병원의 회생계획을 편법 승인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료에서 영리병원을 편법 승인한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는 이를 국내영리병원 도입의 효시로 기록할 것이다.
3. 복지부와 정부는 부실화된 중소병원에 대한 공익성을 유지할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이번 경우를 보면 보바스병원 자체는 운영에 문제가 없었고, 환자들의 요구가 높았음에도 병원 경영진의 방만하고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실해져 회생절차에 돌입한 경우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환자들의 필요가 있는 병원이 부실화 되었을 경우, 정부가 이를 공익적으로 회생시킬 방안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방안은 공공이사 파견, 공공재단 편입, 직접인수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 복지부는 고작 의견서 한 장을 법원에 보낸 것 외에는 이를 막기 위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의견서 한 장 딸랑 내면 할 일을 다한 것인가? 의료적폐 청산을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하려 한다면 롯데 재벌의 보바스병원 인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향후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작년에도 국회에서 얼렁뚱땅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급히 저지하였다. 지금 한국의료는 잠시만 의료 영리화·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표면화되지 않으면 곳곳에서 편법과 속임수로 이를 추진하려고 암약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이는 다름 아닌 병원산업으로 돈을 벌고 이를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세력들이다. 하지만, 의료는 공공재이고 기본적인 필수 복지서비스이다. OECD국가 대부분에서 병원은 공공병원이고 비영리병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그나마 비영리법인만이 병원을 설립 운영할 수 있는 안전장치마저 풀려고 하는 것인가? 정말 미국처럼 영리병원이 범람하고, 의료비가 폭등하고, 돈이 없으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시장 의료체계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는 롯데 재벌의 보바스병원 인수를 무효화하고, 보바스병원의 운영을 공공적이고 공익적으로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롯데 재벌이 직접 보바스병원을 편법 인수·운영하는 것은 편법 영리병원의 시초가 돼 한국 의료체계를 더욱 병들게 할 것이다. 롯데 재벌은 보바스병원 편법 인수를 중단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