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인심좋은 복지부, 제약회사 홍위병인가? 복지부는 제약회사 대변인 노릇을 그만두라

- 합리적 근거 없는 약가우대정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지난 8월 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부의 안건 중 ‘바이오의약품 등 보험약가제도개선(안)’에 대한 소위원회가 오늘 8월 25일(목)에 열린다.

주요 내용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현행 기준 대비 10%p를 가산하여 약값을 우대하고, 글로벌 혁신신약의 경우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했더라도, 대체약제 최고가의 10%를 가산하는 것, 종전보다 50일 정도 등재 기간을 단축시키고, 사용 범위 확대나 사용량의 증가로 약가 인하 요인이 생기더라도 약값을 인하하지 않고 환급 제도를 실시,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도 그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인하 대상도 국공립 병원 공급 수량은 제외하는 등 기존의 약가정책에서 매우 후퇴하는 것이다. 즉, 제약회사들의 입맛에 맞게, 그들의 대변자인 양 충실하게 제도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번 ‘약가우대안’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운영된 ‘바이오의약품 악가제도 개선 협의체’,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제약업계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만든 것이다.

우선 ‘약가제도’가 건강보험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의 실제적인 주인인 가입자를 완전히 배제한 채 제약업계 편향으로 구성된 ‘약가제도 개선 협의체’의 결정 사항은 무효이다. ‘협의체’라고는 하지만 주무부서인 복지부가 제약업계의 의견을 대놓고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거기서 ‘결정’된 사안을 건정심 ‘보고’ 안건으로 올리는 것은 이미 결정해 놓고 듣고 알기나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입자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 사항을 인정할 수 없다.

 

둘째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약값 상향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경우 현행 기준으로는 오리지널 약이 100원이라면 바이오복제약이 나오면 오리지널 약은 70원이 되고 그 복제약은 70원까지 등재가 가능하다. 이 기준을 80원까지 상향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 복제약이 80원 기준을 충족시키면, 오리지널 약값도 역시 80원으로 높여준다는 것이다.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복제약이 출시된 이후,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더 싼 가격인 바이오복제약을 사용하기를 권고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레미케이드의 시장 점유율은 내려가고 있고, 그를 방어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레미케이드의 가격도 자진해서 내리고 있다. 특히 복제약의 가격 수준은 레미케이드 판매사인 머크사의 얘기대로라면 레미케이드의 약 45% 할인된 수준이다. 노르웨이에서는 복제약이 약 70% 인하된 가격으로, 프랑스에서는 병원에 약 45%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기준대로라면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가격의 70%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등재된 바이오시밀러 3개 품목_브렌시스, 렘시마, 렌플렉시스의 가격은 70%가 아닌 약 65%수준으로 시장에 진입하였다. 70원을 받을 수 있어도 오리지널 약과의 가격경쟁력 때문에 65원만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올려줄 이유가 없어 보인다.

특허 만료 후 그 가격이 70원이든 60원이든 복제약은 시장에 빨리 진입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오리지널 독점 의약품으로 선점된 시장을 깨는 중요한 무기가 바로 ‘가격’이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제약회사의 기본속성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제품이 많지 않은 것은 그 제제의 특성상 오리지널 약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자료를 제출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지, 낮은 약값이 진입장벽은 결코 아니다. 특히, 합성약의 경우 특허 만료된 이후 복제약은 아주 많은 수가 출시되는 반면 바이오의약품의 경우는 복제약 출시 제약회사가 적어 경쟁이 적으므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기도 짧아질 것이다. 다시 말하면 70원이 낮아서 바이오복제약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합성의약품의 경우 복제약이 진입하면 1년 후부터는 복제약이든 오리지널 약이든 같은 성분의 약이라면 동일한 53.55원(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약값 100원 기준)을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현재도 복제약이 진입하더라도 지속적으로 70원으로 우대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80원으로 더 올려주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처사이다. 이번 우대 안이 통과되면 매출액이 큰 오리지널 약값도 역시 10%p 인상되므로 건보 재정에 도움이 될 수는 없을뿐더러, 국내제약회사가 아닌 오리지널 약을 보유하고 있는 외자사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바이오베타 의약품도 기존의 합성의약품의 기준보다 10%p 높은 가격으로 우대해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량신약의 기준보다 더 높을 이유가 없다. ‘바이오’라는 이름이 앞에 붙었다고 해서 약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경험적으로 나온 합리적 근거에 따라 사회적 합의하에 마련한 약가제도에서 벗어나 우대해 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셋째 ‘글로벌 혁신 신약’ 범위 완화 및 가산 조항은 철회되어야 한다. 글로벌 혁신 신약이라도 비용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비용효과성이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약제 최고가의 10%를 가산해야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 3월에 만든 요건을, 미처 5개월도 운영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완화된 요건으로 바꾸는 이번 안에서는 ‘글로벌’도 ‘혁신’도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여야 한다는 조항도, 국내에서 ‘생산’ 또는 ‘사회적 기여도(환자치료사업 실시, 기부금 등)’가 있다면 세계 최초 허가가 아니라도 약가를 우대해 주는 것으로 완화시켰다. 국내에서 포장만 해도 ‘국내 생산’이 인정되는 약사법상 외국의 도입신약도 ‘약가우대’가 된다. 또한, 제약사의 효율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마케팅적 필요’에 의해 시행하고 있는 환자치료지원 사업을 하였다는 것을 ‘사회적 기여도’로 본다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처사이다. 제약사의 편법적인 마케팅 비용마저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제도이다.

또한 최초 허가국 외 1개국 이상에서 허가 또는 임상시험을 승인 받아야만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은 아예 삭제하였다. 이것은 수출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우대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아예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글로벌’이 여기 어디에 있는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는 정부가 제약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는 제약사를 선정해서 보험약가 우대, 세제 및 금융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2016년 8월 현재 무려 46개 기업이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상위 20개 제약회사가 전체 매출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46개는 대형 제약회사 대부분이 해당하는 것으로 ‘혁신’이라는 개념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약회사를 하면 다 ‘혁신’이 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또한, 법적인 개념도 모호한 ‘이에 준하는 기업’도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게 함으로서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크고, 실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우대정책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국내제약사-외자사 간의 공동 계약을 체결만 한다면 그 기업이 개발한 그 어떤 품목이라도 약가 우대를 해 준다는 조항(이것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도 동일하다)은 국내 제약회사와 외국 제약회사들이 악용할 여지가 크다. 이 완화된 조항으로 굳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외국에도 도입한 신약도, 공동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제약이 한발 걸치는 형태에서도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완화안은 국내 제약사 신약의 ‘글로벌’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자사의 약 도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창구가 될 것이다.

 

넷째 고함량 의약품의 함량배수를 1.75배에서 1.9배로 우대해 주는 안도 상식적이지 않다. 20mg을 만드는 비용은 10mg을 만드는 비용의 2배가 안 된다. 일반상품의 대용량 포장상품은 중량당 금액이 더 싼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이 당연하듯이 의약품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함량 대비 가격으로 우대해 주는 것 역시 철회되어야 한다.

 

다섯째 등재 기간을 50일 정도 단축시키는 신속 등재 역시 철회되어야 한다. 충분한 평가와 약가협상 기간을 거쳐서 제대로 검토하고 급여 등재 및 가격 결정을 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원칙이다.

 

여섯째 건강보험 대원칙인 ‘실거래가제도’의 완화안 역시 마찬가지이다. 약가 인하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것,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공립병원의 공급 수량을 실거래가 적용을 제외하는 것, 또한 46개나 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인하율 감면을 최대 50%까지 해 주는 것 역시, 제약회사만을 위한 정책이다. 실제 거래되는 가격으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상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완화된 안으로는 상당수의 의약품이 감면되거나 제외되어, 실거래가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 약가제도 개선안은 가입자는 호구로 알고 제약기업에게는 커다란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주는 어이없는 정책이다. 이번 약가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복지부는 제약기업 출장소라는 오명을 듣게 될 것이며 강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16년 8월 25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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