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선언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재의 법규는 충분한가?

우리의 대답은 ‘아니오’다.

2015년 <화학물질의 평가 및 등록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시행되는데도 여전히 그러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래도 아니오’라고 답을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정책적 힘이 약하다. 가습기살균제, 불산누출사고, 삼성백혈병 이런 사고가 터질 때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거나 개선이 추진되지만, 임시방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시늉만 낼 때가 많다.

주된 이유는 산업계의 반발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화학물질 관리를 제대로 못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죽는 소리를 더하고 이에 정부는 맞장구를 치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기업프렌들리를 넘어서서 아예 산업계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법률이 제 모양을 갖추기가 어려운 정치적 상황인 것이다.

어렵사리 법을 만들어놓으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둔 민관합동규제완화추진단이나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통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무력화하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해야 할 법률이 국민의 생명보다는 기업의 이윤을 향하게 되면서, 제대로 만들어지지는 못하는 상황이 오늘의 모습이다.

 

1981년 미국, 환경주의자였던 카터 대통령이 물러나고 규제완화를 내건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였다. 미국 산업계는 즉각 움직였다. 정권교체 채 한 달이 되지도 않아서 카터 대통령이 발의한 화학물질 알권리 입법안을 노동부장관 직권으로 폐기하였다. 더 나아가 1983년에는 각 주별로 만들어진 알권리법률을 무력화하기 위해 연방법 제정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연방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동일한 조항이 연방법과 주법에 있을 경우 주법의 효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계와 대통령의 무리한 행보는 결국 강력한 역풍을 맞게 되었다. 1984년 말 수천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 보팔참사가 인도에서 발생하였다. 깜짝 놀란 미국 국민들이 자국의 상황을 점검한 결과 보팔참사보다 더 큰 참사가 진작에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무력화시킨 주별 알권리조항들이 연방법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알권리법으로 다시 태어났다. 산업계도 이것을 막지는 못했다.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자, 레이건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강력한 환경법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석면베이비파우더사고에 이어 가습기살균제사고, 계속된 화학물질 폭발, 누출, 화재 사고, 삼성백혈병 사건을 통해 기업의 비밀이 무제한 보장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화학물질의 위험은 우리 일터와 생활공간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는 것도 점점 알려지고 있다. 지금처럼 국민을 무시하는 기업과 정부는 미국처럼 부메랑을 맞을 것이다.

비밀은 위험하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우리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를 막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사람과 환경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화학물질 제도개선방안 6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모든 화학물질의 독성정보와 용도정보는 사전에 파악되어야 한다.

- 현재 화평법은 기업을 봐주기 위해 선별적 등록방식을 택하고 있다. 모든 화학물질이 등록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2000여 개의 화학물질을 지정하여 그것만 등록하게 할 예정이다. 국내 유통되는 45,000 종의 화학물질 중 극히 일부만 독성과 용도를 파악할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막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 유통량이 1톤 이상 되는 모든 기존화학물질 및0.1톤 이상 되는 신규화학물질은 모두 등록되도록 화평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둘째, 모든 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 우리나라에서 화평법을 도입할 때에는 처음부터 고형제품은 제외된 상태의 법률을 만들었다.자녀를 둔 부모들은 화평법이 도입되면 생활 속의 화학물질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했으나, 세척제 같은 생활화학용품만 관리하고 있고 고형제품은 전혀 관리하지 못하게 법을 만들어버렸다. 모든 제품 중의 발암물질 등 고독성물질을 파악할 수 있게 화평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진 제품안전관리를 환경부 등 타 부서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을 위해 화평법을 무력화하는데 앞장선 산업통상자원부에게 더 이상 제품안전관리를 맡길 수는 없다.

 

셋째, 발암물질 등 고독성물질은 제조/수입/사용을 줄여야 한다.

- 우리나라에서 정한 허가 개념과 유럽 REACH의 허가 개념이 매우 다르다. 유럽연합에서는 고독성물질에 대해 특정용도에 대해 대체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기업에서 꼭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정부가 이를 허가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화평법의 허가는 정부가 정한 특정용도로 사용할 경우에 사용허가를 받으라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허가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화평법을 개정하여 허가의 위상을 더 높여야 한다.

 

넷째, 독성물질은 독성의 수준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

- 발암물질이나 생식독성물질은 그 독성에 맞게 영업비밀이 될 수 없도록 하거나, 노동자와 소비자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장치들이 자동으로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리대상물질의 목록을 임의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독성에 따른 자동관리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과거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유독물’을 정하여 관리하였고, 화평법에서는 ‘유해화학물질’을 정하여 관리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관리대상물질’을 정하고 있다. 발암물질 중에서도 이 목록에 누락된 것이 존재하는 것이 현재의 문제이다. 독성분류체계를 구축하고, 특정 독성을 가진 물질들은 그에 맞게 자동으로 관리되도록 화평법과 화관법과 산안법을 개정하자.

 

다섯째, 안전에 대한 결정권은 노동자/소비자/주민에게 있어야 한다.

- 미국은 법률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비상계획수립위원회(Local Emergency Planning Committee)’를 설립하게 하였다. 기업들은 이 위원회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와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정보 및 사고시의 비상대응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 자료들을 토대로 지역사회 전체적인 사고예방과 대응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화관법에는 이 위원회가 배제하였었다. 화학물질에 관한 주민의 참여와 협의는 시기상조라는 환경부의 입장 때문이었다. 주민참여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여섯째, 화학물질에 대한 완전한 알권리를 실현해야 한다.

- 우리사회에서 화학물질 취급량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비밀을 공개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법률은 화학물질의 구체적 저장위치는 비공개를 하더라도 취급량은 모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도 주민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 화학물질의 포장용기에 붙이는 라벨에 물질의 성분명과 고유번호(카스번호)가 반드시 공개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은 전성분이 공개된다. 포장용기의 라벨에 중요 성분이 표시되어 있으면, 스마트 폰으로 찍어서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일이 쉬워진다. 포장용기에 제품의 중요 성분들이 반드시 기재되어 쉽게 파악 가능하도록 산안법을 개정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의 생명과 환경의 건강을 지키는 법률을 요구한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국민선언 전문가 549인
 
 
산업보건학회 / 113명
강지영, 강지영, 강희용, 고광봉, 고은정, 곽진혁, 권영규, 권용대, 권종대, 김건희,
김경란, 김기복, 김도형, 김동원, 김미옥, 김상현, 김상환, 김서영, 김순신, 김신범,
김용대, 김 원, 김유경, 김은복, 김정훈, 김종보, 김하겸, 김현욱, 김홍관, 김화성,
김화일, 나상철, 나혜선, 문왕식, 문지영, 박두용, 박양원, 박정숙, 박정임, 박종진,
박준성, 박지훈, 백아름, 백지빈, 변금희, 봉경천, 서민기, 서범대, 서혜경, 송민섭,
송석환, 송한수, 안선희, 양봉식, 양성욱, 오윤희, 오은하, 유기호, 유동호, 유성종,
유주형, 윤상호, 이경남, 이경민, 이규동, 이기영, 이명숙, 이명현, 이미정, 이상민,
이성희, 이소영, 이승길, 이영덕, 이윤근, 이인훈, 이재형, 이정화, 이춘영, 이현석,
이호순, 임무혁, 임왕빈, 임창훈, 장봉기, 전용하, 정수지, 정시정, 정윤규, 정은교,
정지혜, 정태진, 정혜정, 조경이, 조광용, 조아라, 조해동, 조형기, 채희승, 최길용,
최영란, 최영은, 최영진, 최용호, 최인자, 최현일, 최혜영, 하창구, 한태영, 황성욱,
황성호, 황용식, 황인호
 
직업건강간호학회 / 7명
고 영, 김현숙, 김형선, 박숙경, 석민현, 이꽃메, 현혜
 
직업환경의학회 / 60명
강대성, 강모열, 강양원, 강충원, 강희태, 곽우석, 구본학, 김나미, 김도형, 김민기,
김영기, 김정민, 김진석, 김태우, 김현주, 김희진, 남 웅, 류현철, 박성진, 박시영,
백도명, 손만기, 손미아, 손지언, 송유준, 송한수, 신경석, 신동희, 심창선, 안형숙,
오경재, 유상곤, 윤간우, 윤동영, 윤종완, 이고은, 이민기, 이상윤, 이선웅, 이소룡,
이영일, 이종헌, 이철갑, 이철호, 이현승, 이현재, 임상혁, 정지현, 정최경희, 정휘민,
조민희, 조성식, 주영수, 채홍재, 최선행, 최소라, 최 순, 최창기, 허현택, 홍정연
 
환경독성보건학회 / 25명
강공언, 고정근, 김규상, 김상돈, 김언정, 김영훈, 김정아, 김형렬, 김형식, 김 호,
명형남, 문효방, 박준우, 배상혁, 안윤주, 안종주, 이기영, 이동수, 이지영, 임종한,
장봉기, 정진호, 정해관, 최경호, 하미나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98명
고경심, 고한석, 구본민, 권지은, 김건엽, 김건우, 김규연, 김기락, 김나연, 김대희,
김미정, 김선희, 김성아, 김수영, 김승열, 김신애, 김유호, 김정민, 김정범, 김정은,
김종규, 김종목, 김지영, 김진국, 김진용, 김 책, 김철주, 나백주, 노태맹, 문영길,
문형기, 박경남, 박기수, 박정하, 박지선, 박지현, 박현주, 백남순, 백승종, 서백경,
서홍관, 성창기, 손경민, 송관욱, 송광익, 송홍석, 신현정, 심재식, 염석호, 예호열,
오경현, 유재영, 윤소정, 윤여운, 윤정원, 이명준, 이보라, 이상수, 이소은, 이승홍,
이영암, 이영희, 이의철, 이재학, 이재호, 이정만, 이정화, 이종우, 이현석, 이현의,
임상혁, 임선희, 임승관, 전진한, 정선화, 정영진, 정운용, 정운진, 정일용, 정태성,
정형준, 조계성, 조규석, 조동신, 조성식, 조수근, 조현경, 주영수, 채윤태, 최규진,
최석재, 최원호, 하성호, 한승관, 한애라, 홍종원, 황상익, 황주연
 
한의사(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 33명
김관우, 김성은, 김영수, 김원식, 김이종, 김일권, 김지민, 김지연, 김효진, 노경호,
박성환, 박성희, 박 용, 박재흥, 방민우, 변지숙, 서알안, 심도식, 심희준, 안 준,
안중선, 양명삼, 윤진원, 윤태천, 이경로, 이도연, 이은경, 이창열, 장재혁, 정아름,
최전돈, 최희석, 홍학기
 
치과의사(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총 91명
강동진, 고영훈, 구준회, 권경애, 권기틱, 권미정, 권미진, 김영환, 김경란, 김광진,
김규탁, 김무영, 김병무, 김병재, 김옥희, 김용준, 김용진, 김유성, 김의동, 김인섭,
김정선, 김지현, 김현철, 김형돈, 김형성, 김혜영, 김혜영2, 김효정, 류재인, 문경환,
문세기, 박길용, 박상수, 박상태, 박성표, 박영준, 박영칠, 박인순, 박재경, 박종순,
박준철, 박지은, 박태식, 서대선, 손정수, 송정록, 송화수, 신 운, 심영주, 안준상,
양정강, 오민제, 윤규승, 이창호, 이강주, 이금호, 이 기, 이미금, 이상복, 이상훈,
이선영, 이선장, 이수근, 이우성, 이재용, 이준용, 이채택, 이충섭, 이충엽, 이흥수,
이희원, 임동웅, 장세원, 장인호, 전미진, 전민용, 전성원, 전양호, 정갑천, 정달현,
정석순, 정요경, 정은주, 정은주2, 정형태, 채민석, 최은숙, 최철용, 하현석, 한상헌,
허경기
 
약사(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 113명
강경희, 강창식, 강창식, 김경모, 김경숙, 김광신, 김금철, 김대정, 김말숙, 김문희,
김미영, 김석정, 김선영, 김선영, 김선욱, 김수길, 김승욱, 김연희, 김용산, 김인현,
김정모, 김정신, 김지민, 김지영, 김진희, 김현주, 김현화, 남정아, 노미경, 류수경,
류영순, 리병도, 모애금, 모애금, 문종훈, 박민철, 박선자, 박성필, 박승록, 박유나,
박정희, 박현옥, 박혜경, 배상수, 서완석, 서완석, 소정환, 송 현, 신현정, 안경옥,
안경옥, 안인숙, 안인숙, 안종남, 양정희, 양효정, 엄귀현, 염승훈, 염채언, 오민우,
오영란, 오영란, 유경리, 유경숙, 유혜련, 윤영철, 윤외현, 윤은정, 윤정미, 이경민,
이경옥, 이경옥, 이경훈, 이권의, 이명희, 이상길, 이상영, 이상호, 이수정, 이슬비,
이승용, 이승주, 이은순, 이주형, 이준호, 이준희, 이현주, 이현희, 임영상, 임옥란,
임종철, 장보현, 장정인, 정경이, 정동만, 정애랑, 정 용, 정의영, 조현옥, 주형십
진규엽, 채정미, 최소영, 최수경, 최승희, 최연, 최영주, 최익준, 최화녕, 추경화,
한미영, 황재영, 황청주
 
보건의료활동가/ 총 9명
기슬기, 김동경, 서종환, 이미옥, 이효직, 정진미, 정진미, 조인규, 홍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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