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고혈압 치료제 올메사탄제제의 식약처 조치에 대한 의견

지난 4월 3일 고혈압치료제 올메사탄(Olmesartan)제제에 대하여 프랑스 보건당국(ANSM)이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사망률 감소 효과가 미흡하고, 중증 장질환(만성흡수불량증)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급여중단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즉각 국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처방제한, 급여제한 등의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결정에 따라 '일반적 주의'사항에 '증상이 사라지고 만성흡수불량증-유사 장질환이 조직검사에서 확정되면 이 약을 다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 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 중앙약심의 결정인 일반적 주의사항 문구추가로는 이 약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보건당국이 급여중단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비해서 보아도 터무니없이 소극적인 조치이다.

- 국내실태조사를 해보지도 않고 고혈압학회의 국내 발병사례가 없다는 의견서만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이 약물과 부작용의 관계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전무했다는 것을 무시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최근 들어 이 부작용에 대해 환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의 안이한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유명 고혈압 치료제 부작용 피해배상소송 미국서 봇물. 연합뉴스 2016.05.07.) 미국의 법률전문매체 로이어스&세틀먼트 닷컴(L&S) 등이 미국에서 올메사르탄 부작용 피해 배상 소송은 2014년 10월 처음 제기되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3년 7월 3일 이 약이 심각한 질병인 '스푸르 유사 장질환'(S-LE)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제품 설명서에 이러한 부작용을 추가로 기재토록 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난후 L&S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를 인용해 2015년 초 70여 건이었던 '올메사탄제제 부작용 소송'이 지난해 9월 말 1천230건으로 급증했으며 그 이후에도 계속 늘어났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올메사탄의 위험성이 미국, 프랑스 환자들에게 알려진 것이 극히 최근의 것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인들에게조차도 그 위험성이 고지되었는지도 의문이다.

- 프랑스의 경우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여중단을 시행한 조치가 아니라 연구자들이 프랑스의료보험공단( French National Health Insurance)에 자료 요청, 2007년 1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 사이에 ACEI를 복용시작한 모든 성인 환자(약 450만명)를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시행하여, 명확한 연관성이 나타나면서 이루어진 조치들이다. (관련 논문: Severe intestinal malabsorption associated with olmesartan: a French nationwide observational cohort study. Mickael Basson. Gut. 6 August 2015)

중앙약심에서 프랑스 보건당국의 조치를 이끌어낸 위 논문을 읽고 나서도 위와 같은 조치만 내렸다면 매우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위 논문에 따르면 올메사탄의 중증 장질환 위험도가 다른 ACEI(안지오텐신효소억제제)에 비해 투약기간에 따라 심각하게 증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메사탄제제는 보정상대위험도(adjusted rate ratio) 1년 미만 투약시 0.76, 1년에서 2년 투약시 3.66, 2년 이상인 경우 10.65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ACEI에서는 투약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올메사탄만이 증가하였던 것이다. 2년 이상 투약했을 때 다른 ACEI보다 중증장질환 위험도가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중앙약심은 그 어떤 경고나 위험안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 올메사탄제제는 국내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단일제, 복합제를 합쳐서 1000억 이상이 판매되고 있는, 고혈압약 중에서도 처방비중이 높은 약물이다. 그 만큼 위험에 높게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의약품의 안전을 감시해야 할 보건당국이 가벼이 여길 사안이 결코 아님을 경고한다.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의약품사용설명서에 주의사항 한 줄 추가한 것만으로 처방하는 의사, 조제하는 약사, 복용하는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조치로는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메사탄제제에 대한 즉각적인 국내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처방제한급여중단 또는 급여중단에 버금가는 처방기준 강화로 올메사탄의 처방을 규제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2016년 6월 2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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